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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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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Nov 24.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절대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은 쉽게 안 변해."

"그니깐 어떻게 하자고?"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길래 나를 두고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것일까?
여기는 어디이며, 저들은 누구이기에...
 두려움 반, 궁금함 반이 공존하고 있는 내 감정은 그들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크으윽..."

그 때 내 눈을 덮고 있던 천 조각이 벗겨지며 환한 빛이 한 꺼번에 눈으로 스며 들었다.난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한 채 괴로워 했다.얼마만의 보는 빛이란 말인가....

"어이 그 동안 안녕 하셨는가?"

내 정면에 서 있는 누군가가 내게 안부를 묻는다.
아직 빛에 적응하지 못한 눈은 내 앞에 사물을 정확히 감지해 내진 못했지만 청각만큼은 꾸준히 활동한(?) 탓에 난 그 음성을 내뱉은 남자가 누구인지 단 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

"윤형민? 너 형민이...형민이 맞냐?"

"아이쿠!!! 젠장..이거 영광 입니다. 목소리만으로 저를 알아봐 주시고!!!"


"그래...형..형민아...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옆 누군가가 흥미롭다는 듯이 대화에 끼어 들었다.

"오 대박이구만 그래...어디 그럼 나도 알아 맞추나 볼까? 난 누구게?"

가래 끓는 탁한 음성. 낮게 깔리는 굵직한 목소리.

"김실....실...실이냐?"

내가 이름을 말하는 순간 내 오른 손 검지에 전해지는 짜릿한 고통.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러 버렸다.

"크아아아악...."

"이거 섭섭한데...나는 모르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렇게 확실하게 기억을 하게 끔  신체 일부분에 고통을 가해줘야 돼. 머리는 기억 못해도 몸은 기억할 수도 있으니까."

녀석은 단 번에 내 검지 손가락을 꺾어 골절상을 입혔다.살면서 단 한번도 팔이 부러지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적 없는 내게 손가락 하나만 부러져도 이 정도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크....누...누구시죠? 형..형민아....무슨 일이야?"

그 순간 내 오른 쪽 볼에 불이 타오르는 듯한 마찰과 함께 형민이의 음성이 들려온다.

"닥쳐 이 자식아... 하필 내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냐...한 번에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용훈이 너 운 억수로 좋다."



시간이 꽤나 흘렀는데 내 시야는 도무지 돌아 올 생각을 안한다.동공에 커다란 먼지라도 낀 것일까? 내 두 눈동자에 맺힌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모자이크가 처리된 영상마냥 흐리게만 보인다.

"어디 그럼 이번에는 내가 누군지 맞춰 볼래? 나는 누굴까?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맞추는 게 좋을거야. 안 그럼 진짜 따끔한 형벌이 가하질 테니 말야..."

"자...잠깐만....너희들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거니?"

그 때 무언가 차가운 금속물체가 복부를 뚫고 들어 온다.

"으아아악!!!"

하지만 그 차가운 금속은 거기서 멈춘 것이 아니라 연속으로 세 차례 내 복부를 관통한다.

"뭐 시간 끌 필요있나? 어차피 못 맞출텐데...크크큭 대단하신 용훈님이 나같은 파리를 기억해 주시겠어?
프하핫"

혹시 이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어떠한 원한관계가 있어서도 아니고, 단지 기분 탓 혹은  감정없이 사람을 해하는 사이코패스 집단인가라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저.....도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겁니까?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들은 순간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 내 앞으로 걸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고,그가 한 걸음 내 딛을 때 마다 바닥면과 금속이 마찰을 일으키며 쇳소리가 났다.
정체모를 남자는 이내 내 얼굴까지 다가왔고 귀에대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용훈씨 이번에는 반드시 맞추는 게 좋을 겁니다.안 그럼 당신 머리통이 단 번에 박살 날 때니까 말이죠.아...머리통이 부숴지면 더 이상 고통도 못 느끼고 그대로 황천길로 가 버리나...
힌트라도 좀 줘야 겠네요..."

"혀..형민아....거기 있니...있다면 제발..."

짝!!!

"아 이새끼 진짜 눈치가 겁나게 없네. 야 용훈아. 너 꼴통인건 알았지만 이리 눈치가 없냐? 임마.
너 내가 누군지 맞췄으면 좀 대가리를 굴려봐 대가리를 ...아 이 답답한 새끼한테
내가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다니.. 진짜 열받네!"

괴롭힘이라고 했다.윤형민은 분명히 괴롭힘이라고 했다.형민이와 내가 과거에.....

순간 내 머리속을 스쳐가는 하나의 장면.
형민이의 목에 개 목걸이를 메고 그 위에 올라타 교실을 왔다갔다하던
고등학교때의 추억이 떠 올랐다.

'형민이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했다면...단 숨에 죽었을 것이라는 말..
혹시 목을 졸라 죽였다는 말인가...그렇다면....두번째 남자가 내 손가락을 부러 뜨린 건....
아!!!'

난 순간 두번째 낮은 음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자...잠깐만....혹시 최준홍...삼정 초등학교 5학년 1반 최준홍이 맞지?"

남자의 이름을 말하자 조금은 먼 거리에서 환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빙고!!! 크큭 이거 갑자기 미안해 지네. 그러게 진작에 맞추지 그랬어...그랬다면 너 검지는 안전했을 텐데..."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잊혀졌던 기억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추어지며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준홍  우리반에서 가장 키가 작았던 아이.
난 쉬는시간이면 늘 그를 찾아가 내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짓눌러 벽면에 갖다 붙였다.

"아오 이 땅콩만한 녀석아. 진짜 작네 이놈..."

그 때 준홍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지금 추억팔이나 하고 있을때가 아닌 것 같은 데...저 사람 맞추지 못하면 네 머리통은 수박처럼
 으깨질거란 말야. 으...생각만 해도 쏠린다. 부디 맞추길 빌어.친구야....."

머리통이 으깨진다...머리통을 한 번에 으깰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이 있을까...
자동차 바퀴? 커다란 바위....바닥면을 긁으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쇳덩어리....

"어...혹시..."

콰아앙

그 때 바닥면을 향해 내려쳐진 물체.

"5초 줄께...5초 안에 못 맞추면...진짜 끝...5.....4..."

시간이 없다. 으....도대체 누구지....머리를 부수는 쇳덩어리라면 혹시 해머?

"3"

해머....도구는 해머...그렇다면 내 머리를 조준할 만큼 내가 머리통을 괴롭힌 사람이.....

"2"

그 때였다. 주마등이 펼쳐지면 과거의 한 순간으로 기억이 타임리프 된 것이다.

"아 이 답답한 놈....넌 진짜 머리가 돌탱이냐? 미쳐 버리겠네...."

커다란 뿔테안경을 뒤집어 쓴 채 조직도를 바라보고 있는 군복 차림의 사내.

"통신 박스카 730...중계차 751.."

뾱!!!

"어휴 이 등신아 이 얼마 되지도 않는 걸 반나 절이나 외우고도 모르냐..진짜 완전 돌 대가리네.."

벌써 백 차례도 넘게 내려친 뿅망치.

내 부사수로 들어 온 후임병 원동희...

!!!!!!

"1"

"잠깐만 기억났어!!! 너 원동...."

"아웃"

그 순간 뿌옇게만 흐렸던 시야가 돌아왔고 동희는 내게 커다란 해머를 휘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퍽~



"괜찮으십니까?"

희마하게 두 눈동자에 맺히는 뿔테안경.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동희였다.

"히익!!! 죄송 합니다. 제가 그 동안 잘못했어요..,.이 번 한 번만..."

바닥에 무릎을 끓고 한 참을 빌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희동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정용훈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어?????"

이런 젠장!!! 이게 꿈이었다고?

"와오 c발!!! 겁나 열받네. 확~~~"

난 뿔테멍청이 동희를 향해 손찌검을.....아 잠깐만....
이 꿈..혹시 예지몽은 아니겠지.....
난 화를 가라 앉히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암튼 오늘 니들 일처리만 제대로 못해봐. 야 원동희 너 오늘 저 빵통메라.
내가 지켜 본다."

"이병 원동희 알겠습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구석진 자리를 보니 부대 장기자랑때 쓴 뿅망치가 눈에 들어 온다.
난 자연스럽게 그 것을 손에 쥐고는 말한다.

"오늘은 진짜 가차 없다.실수만 해봐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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