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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Nov 17.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다름은 틀림이 아니야...

                                                                                                                              

"너..이별 전문가야?"

웃음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여자의 진지한 표정.그 표정에 결코 뒤지지 않는 냉소적인 말투로 남자는 답했다.

"몰랐어? 내가 다시 한 번 말해줄께 잘 들어..."

남자는 헛 기침을 두 어번 내 뱉고 목을 가다 듬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태양에서 넷째로 가까운 행성. 공전 주기는 1.88년 자전 주기는 24시간 37분 23초...
지름은 지구의 0.532배 질량은....어..푸우아악"

남자의 설명을 듣고 있던 여자의 손에 들린 유리컵. 컵 속의 내용물들은 이미 남자의 얼굴을 향해 발사 된 상태였다.

"너는 정말 끝까지....정말 끝까지 이러는 구나..진지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새끼...."

여자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커피숍을 나가 버렸다.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 그녀가 사라진 커피숍 문을 바라보며 남자가 혼잣말로 중얼 거린다.

"진지는...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이랑 먹는 식사가 진지고....."

여자가 떠나버린 커피숍 테이블..머리를 타고 흘러 내리는 물....
머리 끝에 맺혀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는 남자.

'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네....젠장....'

남자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남자가 처음 여자를 마주했던 자리.지인이 있는 자리에 우연히 나갔다가 마주친 것이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래..남자는 솔직히 인정한다. 첫 눈에 그녀에게 반했다는 것을...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위이다. 그녀의 성격 그녀의 생활 습관 패턴 ....오직 아는 것이라고는 동공에 비친 겉 모습이 전부이기 때문이다.과거에도 남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연애를 했고 이별한 경험이 있다. 다시는 첫 눈에 반하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그는 또 다시 타오르는 감정의 불꽃을 끄지 못한 채 크게 마음 속 점화된 불꽃의 크기를 키운다.
 자리가 마무리 되고 바로 지인을 통해 그녀의 번호를 알아 낸 남자는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작업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고리를 잇는 행위는 그리 어렵지 않은 사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역시나 결과는 로맨틱 성공적이다.

허나....

"휴...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남자가 자신의 행동이 또 다시 실수 했다고 인정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실체의 여인.
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남자는 최대한 그녀에게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노력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마음 먹은 건.
과거의 실수를 통해 깨달은 경험이라고나 할까?

자신이 처음 생각한 연애관과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그녀.
참아 보기로 한다.

'그래....이상형...이상향은...말 그대로 바램일 뿐이지...현실에서 맞는 사람이 어딨겠어....맞춰 보자....'

남자가 여자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면 외출 전 거울을 보고 수 차례 다짐한 말...

"맞춰 보자." 였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행동과 말투와 마주쳤을 때 남자는 당황했다.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 했건만....현실에서는 도저히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행복한 추억을 쌓아도 모자란 그들의 연애.

행복 사랑 돈독해지는 관계가 아닌 .......
다툼 불신...균열이 생긴 유리마냥 언제 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관계로 발전되어 갔다.
싸움에 지쳤고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할 용기도 없어진 그 시점.
남자가 내린 결론은 

"무조건적인 맞춤."

맞춤정장이 자신의 핏과 딱 맞아 떨어져 편안한 것처럼 남자는 전적으로 여자의 성향에 맞춰 보기로 했고
그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다툼 멍이지는 관계가 아닌 전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상적인 사이인것 처럼 되어 갔다.
그런데....

그렇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동화되어 버린 것 같았던 그들의 관계에는 더 큰 문제가 찾아 왔다.
전적으로 한 곳에 맞춰진 관계가 된 순간 남자는 여자에게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그냥 습관적 혹은 자신의 행동이 정형화된 프로그램 마냥 영혼없는 행위가 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

"너 이별 전문가야?"

남자는 생각했다. 

'끝까지 이기적이구나...넌 결국 너 밖에 모르는 여자구나....'

혹은

'그래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지. 지금 내 행동도 결국 만족하지 못하는 군...'

그렇게 그녀를 떠나 보낸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에 잠겨 본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누가 나쁘고 누가 잘못 했는지...그게 우리 사이에 문제가 아냐....우리는 처음부터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난 화성출신 의 남자..이 별생... 넌 금성에서 온 여자...저 별의 전문가...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맞추지 못한 것이 우리의 사이 끝을 본 이유겠지..."

김이 가시지않은 에스프레소를 단 숨에 들이키는 남자.

"크으윽...쓰다..."


뜨거운
커피가 목구멍을 지날 때의 그 고통.
남자는 몸 소 그 고통을 체험하며 다시금 가슴에 새겨 넣는다.

"급하게 마신 커피는 몸에 해로운 법...
모든 지 서두를수록 탈이 나는 거야....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자리에서 일어서 커피숍을 나가는 남자.
그 찰나의 순간.
창가 가장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 긴 머리의 청순녀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남자의 가슴은 또 다시 뜨거워진다.
조금 전 마신 에스프레소의 HOT함 인지
그녀에게 반응한 본능적인 불꽃의 발생 때문인지는 모른 채...
남자의 몸은 어느 새 그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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