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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Nov 10.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짧지만 행복했습니다.

                                                                                                       

처가살이는 절대 하지 말아라.


결혼 생활 선배이자 오랜 친구인 녀석은 식장까지 와서 내게 당부 했다.

"빚을 내서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아내집으로 들어 가지는 마."

하지만 
친구와 나의 생각은 달랐다.한 치 앞도 모르는 이 세상에서 빚을 안고 생활 한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품에 안고 살아 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 차라리 안전하게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모아서 독립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물론 빚이든 독립이든 이런 것은 내게 해당사항이 없다.
내게는 향후 다가 올 미래를 준비하기엔 많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우리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아내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난 떼를 써서 그녀를 설득 시켰다.

"자기야...우리만의 시간도 좋지만...그래도 이 결혼을 허락해준 장인 장모님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

나의 완강한 태도에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곳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난 아내의 집에서 앞치마를 메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로 부터 미리 귀뜸을 받아 두 분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공수했다.참 오랜 시간을 같이 산 부부 이지만 이렇게 식성이 다를 수 있다니....

장인어른은 일체 육류를 드시지 않는다고 한다. 신선한 야채나 과일 즙을 선호 하신다고....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식습관에 한 번 더 놀란다.

생각해 보니 두 분도 맞는 구석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체격은 장모님보다 훨씬 큰 어르신이지만 겁이 많으시고 사색을 즐기시는 장인어른.
작지만 민첩하고 투쟁적이며 모험을 즐기는 장모님....
장인어른과는 정 반대로 육류를 즐겨 드시는 그녀.
 엄마를 닮아 나약하기 짝이 없고 어리숙한 나를 이끌어 결혼까지 골인시킨 강한 내 아내.

그들의 행복.
오늘 하루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그들의 행복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다.

난 준비한 각 종 음식들을 갈고 짜고 두드려서 최대한 그들이 먹기 좋은 형태로 만들었다.어쩌면 오늘이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 식사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 모든 정성을 쏟는다.

"와~~이게 다 뭐야~~ 우리 사위가 준비한 음식들인가? 내 살면서 이렇게 화려한 식탁은 처음 이구만.."

장인어른의 작은 눈이 휘동그레져서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과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 본다.
난 그런 그들의 반응에 아랑 곳하지 않고 허리를 깊게 숙여 큰 절을 올린다.

"장인어른 장모님 미약하기 짝이 없는 제게 아내를 허락해 주신 점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큰 절을 올리고 고개를 들어 보니 아내를 포함한 그들의 표정이 어둡다.
그리고 잠시동안 무거운 기운이 감돌며 침묵이 흐른다.
그 정적을 깨고 조심스레 입을 연 건 장인어른이었다.

"그래....뭐 사실 많은 고민을 했네...자네와 우리 딸 그리고 우리...전혀 다른 삶을 살아 왔고,
타고난 존재가 다른 부류 아니던가...허나 내 딸이 진심으로 자네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에서 
비록 그 것이 영원할 수 없다한들..상관 없다고 생각했네..물론 세상에는 영원한 것도 없지만 말일세...
암튼 남은 시간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가게나."

장인어른의 말이 끝나자 내 아내의 눈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바보야...울긴 왜 울어...지금 슬퍼할 시간이 어딨어~~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지...먼 훗날 돌이켜 봤을 때 웃었던 기억이 많아야지!! 으이구...."

난 아내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 준다.
아내의 얇고 긴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내의 부모님과의 만찬이 끝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그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 온 첫날 밤.

내 품에 안기는 아내. 그녀는 내게 물었다.

"여보...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난 아내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그녀를 알고 결혼에 이른 지금 까지 생각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사람, 당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전혀 걱정이 되지 않도록 난 내 모든 걸 당신에게 주는 사람으로 태어날 거야."

아내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를 못 알아보면 그 땐 어떡해? 난 그럼 당신 손에 죽고 말텐데..."

난 아내를 꼬옥 안은 채 그녀의 뾰족한 입술에 키스했다.그리고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말했다.

"이런 나를 남편으로 맞아 준 당신 인데 내 어찌 당신을 못 알아 보겠어....정말 고맙고 진심으로 사랑해.오늘 이 순간을 꼭 기억할께."


내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이룬 내 가정.

난 이 모든 것에 감사한다. 비록 짧은 인생이었지만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다 누리고 간다고 생각한다. 아침이 밝아오면 나는 떠나야 한다.내 마지막 모습을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이 큰 행복을 준 당신들에게 너무 몹쓸짓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온다.그리고 방을 나와 장인 장모가 잠들어 있는 
방 문앞에서 선다.

"감사 합니다. 당신들의 호의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신은 지구상에 수 많은 생명체들을 만들어 생활하게 했다.그 중 하나가 나라는 존재이고....
 그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당신이 만든 나라는 존재...

왜 거북이나 인간에게는 백년에 가까운 수명을 주고 내게는 단 하루의 시간만을 허용한 것인지...
물론
전지전능한 당신의 뜻에는 나라는 존재도 의미가 있을 것이니...휴

아마도 이 지구상에서 가장 짧은 삶을 살다가 가는 가장 미천하고 미개하기 짝이 없는 존재.
그 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이다.

지금 난 태양을 향해 마지막 날개짓을 한다.
그리고 그 만물의 근원이 가까워 질수록 그 환한 빛이 내게 묻는 것만 같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 나고 싶은가?"

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꼭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제 아내에게 제 모든 걸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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