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것 저 것 스트레스가 많은 내 상황을 알고 있는 형님. 밥이라도 맛있게 먹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뭐 먹으러 갈까?"
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습니다.
"당연히 떡볶이 죠.순대 튀김 조합으로 한 그릇 싹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날아 가요.."
분식 보다는 밥을 사랑하는 형님의 의견을 반 강제적으로 제압한 후 빠른 발 걸음으로 분식점 문을 박차고 들어 갔습니다. 떡볶이를 포함해 김밥 순대 라면 등등...
각종 분식률를 총 집합 시켜 분식 만찬을 즐기기 위해 주문을 넣었습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 중 떡볶이가 선두 주자로 만찬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떡볶이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매콤 달콤한 맛이 혀의 신경을 자극하며 온 몸에 퍼지더니, 지상의 낙원으로 저를 초대해 황홀경에 빠드립니다.
"떡볶이가 나를 황홀경에 빠뜨럇슈!!!"
최근 일 적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며 제 머릿속엔 달콤한 상상들이 떠오르더군요.
어린 시절 읽었던 숲속의 과자 이야기 속 아이 마냥 떡볶이가 가득한 호수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져 떡을 건지는 그런 상상? 생각만 해도 군침이 넘어 갑니다.
"아니 도대체 이 집 떡볶이는 어떤 재료들을 사용 했길래 이토록 나를 황홀케 하는 거야? 응?"
궁금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추장이 기본 베이스가 되는 떡볶이. 그 외에도 고추가루, 간장, 설탕, 올리고당, 멸치, 다시마 육수, 다진 마늘, 떡과 오뎅 등등.
그리고 이 들을 끓여 내는 생명의 근원인 물까지, 이 한 접시의 떡볶이가 맛을 내기 위해 각 종 양념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누구하나 개성을 표출하지 않고 중화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떡볶이를 통해 깊은 맛의 향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곳의 떡볶이 맛. 설탕이 내는 달콤함을 뒤에서 고추가루와 다진 마늘의 매운 맛이 적절하게 서브해 주면서 아주 조화스러운 맛을 냈다고나 할까?
서로 잘 어울린다는 뜻. 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조화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오늘 같이 점심 메뉴를 고르는 날. 직장인들 서 너명이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고 제가 이야기 했을 때 그 들 중 누구 하나라도 반대의 의견을 냈다면 저는 스트레스와 이별 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이 글도 쓰지 못했을 것 입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십 여년 전.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무렵 일 입니다. JUST SOUL이라는 밴드.
팀에는 남자와 여자 보컬이 한 명씩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저였구요. 밴드 역시 여러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냈을 때 멋진 소리를 내고 멋진 음악을 선사할 수 있는 조화가 필요한 집단 입니다.
하지만 그 조화를 깨뜨리고 밴드 내에 불화를 달고 살게 만든 존재. 그 존재가 저였습니다. 여자 보컬과 음악적 성향이 맞지 않았고, 매 번 곡 선정과 주요 파트를 두고 설전을 벌어야 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조금만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주고 존중해 줬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가득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불화가 드럼과 베이스의 사이도, 일렉기타와 어쿠스틱 기타와의 사이도 벌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팀은 헤체 되었습니다. 그 것이 밴드 팀 2년의 결실이었습니다. 오늘 맛의 조화를 이루어 낸 떡볶이.
설탕 맛이 강했다면 너무 단 떡볶이가 되었을 것이고, 고추가루가 과다하게 투하 되었다면 혀의 불을 냈을 테고
간장 한 큰 술이 두 세 큰 술이 되었다면 너무 짠 맛을 내어 개를 줘도 안 먹는 형편 없는 떡볶이가 되었을 것 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도 이 떡볶이가 맛을 내는 과정과 다를 게 없을 것 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개인 혼자 기량이 뛰어난 팀이 조직력이 강한 팀을 상대하기 벅차고, 아이돌 그룹이 해체 되어 구성원 하나하나가 솔로 활동을 시작 했을 경우, 그 인기는 예전만 못한 것도 같은 예가 되겠네요.
이렇듯 자기 혼자서 잘나서 성공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뭅니다. 그 자리에 올라서기 까지 누군가의 어시스트가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 봐주고 응원해 주었을 것 입니다. 이렇듯이 조화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 입니다.
자신이 현재 어느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면, 명심 하십시오. 그 재주, 그 뛰어난 능력을 사회에 환원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당신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진 누군가는 발전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화와 조금 더 가까운 곳이 될테니 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