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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Sep 05. 2016

오랜만의 통화

성공한 30대 여자와 20대 남자

친한 친구의 장점은 오랜만에 연락해도 항상 어제 헤어졌던 것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내게도 그런 친구가 몇 명 있다. 다행히도. 각자의 삶을 살다가 갑자기 궁금해 메시지 보내면 "너는.. 통화 가능해?" 란 문자가 날아오며 몇 개월 혹은 몇 년간의 시간을 깨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는 친구. 휴가가 끝난 토요일 오후. 늘어진 아침잠을 잔 후 갑자기 생각난 친구의 안부. 그녀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디 있는 친구지 밝히지 않겠다. 마침 그녀도 시간에 시간에 여유가 있었는지 바로 메시지가 온다. 그리고 이어진 통화. 해외에서 제법 자리 잡은 내 친구는 예전과 다름없는 그녀만의 유쾌함으로 안부를 묻는다. 짧은 안부 후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 항상 내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는 친구. 항상 그랬다. 나는 묻고 그녀는 이야기했던 예전의 우리. 

타향살이하는 한인들의 세계는 좁다. 좁고 말 많은 곳에서 남들이 보기에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케이스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았으리라. 그녀는 마치 소리 지를 대나무 밭을 찾은 마냥 내게 한 동안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던 상황을 고했다. 그리고 나는 예전처럼 그녀가 무엇을 했든 어떤 감정을 느꼈든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여과 없이 들어주었다.


요즘 그녀는 젊은 남성들로부터 꽤 대시를 받는다고 한다. 아이가 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센스 있는 대화 수준과 여성미로 남자들의 관심을 받는가 보다. 그녀는 요즘 젊은 남자애들이 자기와 열세 살,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도 자기를 여자로 보인다며 들이대는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어떤 애들은 성공한 위치에 있어 보이는 자신을 존경의 의미로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정말 자기를 여자로 바라보며 들이대는 녀석들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가정에 충실하고 두 아이의 좋은 엄마이며 남편과도 부부관계가 아주 좋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에서 일하던 남자애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날짜를 통보했다고 한다. 별 느낌이 없던 녀석인데 날짜를 통보받고 나자 이상하게 같이 시간 보낼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갔지만 아무 일은 없었다는 그들. 말 그대로 플라토닉 한 감정만 느낀 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소문을 내지 않을만한 남자애를 알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다음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녀의 솔직한 떨림을 들어줄 수 있음에 좋았지 훈계하고 픈 생각은 없었다. 누가 누굴 훈계한단 말인가. 남자들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느껴보는 신선한 감정을 두고 누가 뭐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여자들은 더 이상 특별한 여자들만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밖에서 자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고로 남자들처럼 풍부한 감정을 느낄 기회에 더 노출된 것뿐이다. 

얼마나 살기 힘들어졌으면 나이 어린 남자가 성공한 30,40대 여자를 좋아하냐... 란 시선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나이 어린 여자가 중년의 성공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돈 냄새에 취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보다도 진짜 멋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이 든 여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냥 애 딸린 아줌마. 처녀 같은 미시. 나이 든 노처녀 등등. 무엇으로 불리든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법이다. 솔직히 나는 친구가 다시는 그런 위험한 불장난 같은 설렘에 빠져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한번 맛보았으면 그만이고 다행히 아름답게 잘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씩 느낄 수밖에 없는 타인의 신선함. 그 신선함이 가끔은 삶의 즐거운 동력이 되고 나를 꾸미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내 친구도 몸무게가 7킬로나 빠지고 운동도 즐겁게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 할 수 있다면 조금만 즐기자. 너무 이기적인 발언일 수 있겠지만,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감정이란 원래 소모적일 정도록 별 것 아니면서도 때론 전부가 될 수 있으니 본인의 통제를 벗어나는 감정 따위는 시작을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는 거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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