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ign Dec 05. 2016

오랜만의 긴장감

CILS 이탈리아어 검증시험을 보다

*시험을 기다리며 쓴 글이라 글 쓴 날짜와 이야기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날짜를 수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국 사람들이 영주권이라고 부르는 거주증은 permesso di soggiorno ilimitatto 아니면 carta soggiorno다. 외국인이 이탈리아서 합법적으로 일을 하면, 즉 세금을 부담하면 약 5년 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유럽에 난민과 이민자들이  많아지면서 신청자격이 조금씩 까다로워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엔 이탈리아어 레벨을 보지 않았다면 이제는 적어도 A2 (초급 2단계) 이상의 이탈리아어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더 까다롭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남편도 나도 급하게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이탈리아어가 뒤쳐진 남편은 다행히 A2를 패스해 현재 서류가 진행 중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시험 신청기간이 긴박하게 남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B1(중급 1단계)를 신청했다. 초급시험을 보려면 수업을 꼭 들어야 하고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B1시험을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 12월 1일. 시험날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다인이를 등원시키고 9시 전 시험 등록 학원에 도착했다. 시험은 시에나 대학에서 치러져야 하지만, 모두가 이 시험 하나를 보기 위해 시에나로 갈 수는 없으므로 몇몇 장소가 지정되는데 그 덕분에 원래 시험 응시료보다도 3배 정도 비싸게 시험을 치러야 했다. 내가 응시한 학원은 중국인들이 월등히 많았다. 중국인 학생들 전문 중국인 접수원까지 있었다. 처음에 시험신청을 하러 갔을 때 날 중국사람으로 오해해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다 나중에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직 나의 중국어가 통하나 보다. 기분 좋은 오해다 ^^

오늘 나와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친구는 우크라이나에서 왔다고 한다. 이탈리아 거주는 10년 차. 나와 동일한 이유로 시험을 보는 그녀는 조금 긴장된 듯 보였다. 시험 감독은 너무나 허술했다. 만약 옆의 짝지와 서로 마음만 맞는다면 짜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정직하고 아름다운 시위문화를 가진 한국인으로서 그런 불법적인 행위는 피했다. 시험시간은 부족하지 않았으나 알쏭달쏭한 문제들이 조금 있었고, 그것들이 다 틀리면 패스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은 스피킹 시험이었다. A2를 응시하는 중국인 친구들은 학원에서 준비해준 여러 예상 답안지를 손에 들고 준비 중이었다. 수업을 듣지 않고 시험에 응시하는 나 같은 사람과 내 짝지는 맨 몸으로 준비 없이 스피킹 시험에 응했고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통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녹음을 채점자들이 다 들을지도 의심이다.


필기시험 3시간 반, 스피킹 시험 대기 및 녹음까지 도합 5시간 넘게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서야 나의 몸은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시험지를 가져갈 수 있어서 마음은 자유롭지 않다. 절대 다시 열어보지 않고 시험 결과가 나오는 2월에 다시 펼쳐보리라. 안 그러면 남편처럼 꿈에 시험 결과 확인 페이지가 보일지도 모른다 ㅋㅋㅋ

CILS 시험은 전 세계가 같은 날 시험을 보기 때문에 결과를 받으려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시험은 끝났고, 이제 2월까지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당당하게 합격해서 하루빨리 거주증 연장 필요 없이 이 땅에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볼 수 없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