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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Nov 28. 2016

볼 수 없다는 것

남편의 부재는 생각조차 싫어요!

어제는 남편과 싸웠다. 

12월엔 황금 휴가 기간이 두 번이나 있다. 놀러 가라고 월급도 평소보다 조금 더 나온다. 이 황금 같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싸운 것이다. 바보 같은 싸움이지만 아침까지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않고 시큰둥했다. 그러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다.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임시직 동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를 볼 수 없던 이유는 그녀의 남편이 피부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그녀는 남편의 임종과 장례식을 치르느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모두 그녀의 남편이 살길 바랬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재발한 암이라 들었다. 그래서 아마도 그녀 나름대로 이전에 마음의 준비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소중한 사람의 부재는 준비할 수 없는 것 같다. 


흐린 월요일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사러  그녀와 중국 친구랑 같이 사무실 밖을 나왔다. 장례를 치른 후 일주일도 안되어 다시 복귀한 그녀는, 장례 후 첫 출근 날 내게 먼저 친절히 인사를 건넸고, 나도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이가 있는 것을 아는지라 엄마들의 공통사인 아이 이야기로 나름의 친밀감도 표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지만 중국 친구와 종종 테이크 아웃 음식을 사러 같이 나온다. (이 중국인 친구와 나는 회사서 베프다.) 서로 원하는 음식이 달라 중간 지점에서 만나 사무실로 함께 돌아가자 했다. 우리는 음식을 사고 그녀를 기다렸다. 눈물범벅이 되어 테이크 아웃 음식을 들고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음식점에서 무슨 일 있었나 싶었겠지만, 눈물 젖은 그녀의 얼굴을 보보고 단박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눈빛. 그녀는 우리와 함께 사무실로 올라가지 않고 근처 공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온다 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흐른 후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으며 생각했다. 바보 같은 일로 부부는 싸우지만 없으면 안 되는 나의 반쪽. 그리고 그를 닮은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이름의 우리. 다양한 가정의 모습이 존재하는 지금의 사회이지만, 돌아 돌아왔지만 내게 맞는 짝꿍을 찾은 나는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다 건강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남편이 늦게 퇴근하거나 출장을 가 혼자 다인이를 지키며 집을 봐야 할 때도 그의 부재가 엄청 크게 느껴지는데 하물며 이 세상에서 볼 수 없게 된다면... 그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세상이다. 


점심시간... 싸웠지만 여전히 내게 전화를 거는 남편. 수화기 너머로 어색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에게 대답을 했다. 

오늘 저녁엔 내가 그의 발을 주물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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