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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Nov 24. 2016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

사람은 때로 살기 힘들 때, 시간이 있을 때, 병이 있을 때 등 뭔가 계기가 있을 때 옛날을 추억한다. 현실이 너무 바쁘고 앞만 바라봐야 하는 조급한 상황이면 감상에 빠져들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지금 한국은 비선 실세다, 대통령 하야다, 대기업 비리다... 등등의 문제로 시끌시끌하고, 이런 수준 낮은 시끌함이 없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이 선택한 결과를 참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선 결과는 의심스럽다. 소설이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 자꾸 일어나다 보니 부정 선거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 사대강으로 인해 초록으로 변해버린 한국의 강을 바라보면 분명 정책이 잘못된 것임에도, 예전의 아름답던 강에 대한 향수가 앞설 것이다. 좋던 나쁘던 추억 속의 것들은 포장되어 우리 머릿속에 그려지기 마련이다. 


너무 바쁘게 일처리를 했던 탓일까. 조금 한가해진 오후 근무시간 문득 예전에 살던 집이 궁금해졌다. 구글의 스트리트 뷰를 통해 밀라노에서도 예전에 살던 동네를 엿볼 수 있었다. 캬아~ what a technology!  떠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지만 눈을 감으면 유년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우리 집이 아직 눈에 선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당이 있던 집에 살았던 것은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 심심하면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여름밤이면 가족끼리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고기도 구워 먹고, 날 더운 여름날 마당 석탑에 촛불 켜 놓고 대야에 찬물 받아 발담구고... 좋은 시절이었다. 뛰어놀 공간이 있던 어린 시절은 행운이었다. 그곳에서 계속 살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 집을 떠나야만 했고 이사로 인해 내가 흘린 눈물보다 엄마 소리 없는 통곡이 더 가슴 아프다. 마당 없는 아파트로 이사 간 첫날, 창문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나중에 나이가 들면 꼭 그 집을 되찾으리라 스스로 다짐했더랬다. 힘이 있어야 무언가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절실히 깨달았다. 그 뒤로는 그 동네를 절대 지나가지 않았다. 몇 년이 흐른 후 엄마에게 이야기 들었다.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이젠 아무리 힘이 있어도 예전 우리 집에 있던 향긋한 모과나무, 달달한 대추나무, 예쁜 목련나무는 다신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구글의 스트리트 뷰를 보며 기억을 더듬는다. 너무 많이 변해버린 동네. 예전에 알던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며 추억을 따라가 본다. 이쯤인데... 이쯤인데... 진짜다. 정말 큰 아파트가 생겼다. 우리 집뿐 아니라 옆집도 함께 쓸어서 만들었다. 옆집의 마당은 우리 집보다도 더 컸었다. 세상에나! 진짜다.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있다. 그러나 이젠 예전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좋은 추억은 쓸려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향수인가 보다. 내가 그 집에 대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1. 내 소유가 아니었고 2. 좋은 유년시절을 보냈고 3. 현실에 삶에 바쁜 30살 중반 이여서일까? 하지만 엄마는 그 집에 대해 향수가 아닌 다른 감정을 느낄 것 같다. 내가 너무 소유에 집착해 기준을 나눈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마음은 엄마만이 알 뿐이다. 

스트리트 뷰로 예전 동네 투어를 해본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 교회 등등.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그냥 오랜만에 본 예전 동네에 대한 스트리트 뷰가 내 기분을 멜랑꼴리 하게 만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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