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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ign Nov 15. 2016

顺其自然

순리에 맡겨라

지난 주말, 베로나에 사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렀다. 그들의 초대에 대한 우리의 화답이다. 우리도 좋은 주말을 대접하고 싶었다. 다인이의 미열로 생각보다 조금 신경 쓰이는 손님 접대였으나 다인이도 다른 아기들과 어울리며 오히려 우울하지 않은 주말을 보낸 것 같아 종합적으로 즐거운 주말이었다.


오래간만에 밀라노를 방문했을 그들을 위해 우리는 두오모 뒤쪽의 식당을 예약했다. 화창한 주말의 두오모는 유료주차장까지 full 나고, 우리는 예약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래도 바로 옆 주차장에 자리가 있어 그나마 덜 늦었다. 다행히 베로나 친구들은 우리보다 더 늦게 도착했다.^^ 레스토랑에서 배정한 좌석의 뷰는 나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음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거기다 종업원은 실수로 유모차에 케첩을 쏫는 실수까지. 다 좋다... 그러나 음식의 퀄리티가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 레스토랑은 오늘로 마지막이다. 바이 바이. 베로나 친구들은 우리보다 더 멀리 주차했고 주차장과 시내의 많은 인파에 깜놀한 우리는 바로 집에서 보기로 했다.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땐 아직 집이 편한 듯하다. 다인이는 살짝 미열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놀았다. 자기보다 더 큰 아이들과 놀아서인지 배우는 것도 많다. 친구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 그들이 어떻게 놀았는지 혼자서 복습하며 따라 하더라는 ^^


헤어지기 전, 그 집 딸아이와 언제 다시 볼까 이야기하다 우연찮게 크리스마스 휴가로 화제가 넘어갔다. 그 집 딸과 다인이의 생일이 같아 그때쯤 볼까 하다 스키장 주변에 예약한 레지던스가 생각났다. 어느 스키장을 가느냐고 물어보길래,  교회서 자주 가는 돌로미티 근처의 스키장에 예약을 했는데 방이 작은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큰 방을 예약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자 대뜸 물더라는 ㅋㅋ 사실 우리도 같이 갈 사람을 그동안 찾았는데 한참을 못 찾아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했던 방이다. 이렇게 갑자기 같이 갈 일행이 생겨 비용이 줄어들게 되니 돈을 벌은 느낌이었다. 또한 이미 서로 각자의 집에서 한 번씩 묵었던 터라 틀 것은 어느 정도 튼사이. 일부러 우리가 꼬신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서로 만족할 만한 여행을 가게 될 듯 해 기분이 좋다. 


 顺其自然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북경에서 공부할 때 외웠던 사자성어. 물 흐르듯 순리에 맡기라는 뜻. 생각해보면 우리는 계획한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계획대로 하려고 할 때가 많다. 계획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같은 상황이 생길 때면 이 사자성어가 생각나곤 한다.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하려고 할 때는 안되더니 갑자기 한 순간에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어지는 일들이 있다. 어떤 이는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준비해 놓은 것이 없다면 (즉 깔아놓은 덫도 없다면) 걸리는 것도 없다. 나는 어떤  顺其自然를 바랄까. 자금 머릿속엔 새로운 사업구상, 이직 그리고 육아의 문제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직은 정말 육아와 자연스럽게 병행되는 그러나 나의 커리어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새로운 생활을 꿈꾸기엔 아직 다인이가 너무 어릴 수도 있겠지만, 잡사이트를 뒤적거리며 꿈이라도 꿔보며 망중한에 빠지면 또 어떤가. 포기하지 않고 순리에 맡기다 보면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니더라도 뭔가 익사이팅한 새로운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오늘도 두근두근 부푼 미래를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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