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영 바당이영

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 1

by 제주섬소나이

프롤로그


입춘을 지나 우수를 앞둔 아침...

느닷없는 눈보라가, 장롱 신세로 전락할뻔한 두터운 겨울 외투를 꺼내게

만들었다.

어느덧 제주 입도 6년 차가 되었지만 제주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과 문화, 그리고 제주섬의 속살들.


제주섬은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여러 문화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제주섬 이주를 선택하고 오는 이들이나, 잠시 여행 삼아 온 이들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그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실감한다.

그 미묘한 차이는 때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때론 누군가에게 절망을 주기도 하며,

때론 누군가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래서 제주섬은 느릴 필요가 있다.

서로를 알아가야 하며, 공감을 해야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제주섬의 속살은 거창하지 않다.
꾸밈이 없으며 투박하다.
몇 해 전부터 시골 한적한 대폿집의 흑돼지 두루치기가 그랬다.
인심 좋은 주인의 서비스 안주가 제주섬 자체였다.
굳이 속살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소위 SNS 광풍에 이제는
인심 좋은 주인이 제주섬이기를 거부했다.


소나이는 숨겨둔 제주의 속살을 알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

우리가 간직하고픈 '곶자왈'이 사라지고,

제주 전통의 문화가 사라지고,

흰 백옥의 모래 해변에 쓰레기가 쌓이는 그런 의미가 될 수도 있음을 안다.

지켜야 될 것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알려지지 않는 지킴은

아무도 모르게 없어지고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차라리 알리고 관심받는 것이 간직하고픈 가치를 지니게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보잘것 없는 글재주임에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제주도와 제주섬"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게 소원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저가항공사들의 출연으로 이제는 KTX보다 저렴한 게 비행기 값이

되어 버렸다.

다양한 옵션들로 무장한 인터넷 미디어로의 접근이 유리한 젊은 그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행을 다닌다.

제주도에 이웃집 드나들듯 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목적은 저마다 틀리겠지만 여행 오는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먹고 보고 자는 것이다.

이러한 카테고리를 하나로 좁히자면 한 단어로 함축된다.


"힐링"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쉼을 택하는 현대인들이 가장 동경하고 좋아하는

텍스트이다. 힐링하면 딱~! 뇌리를 스치는 이미지가 있다.

푸른 바닷가의 뷰가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제주를 한 번쯤 다녀본 이들은 알 것이다. 편의점도 많지만 카페들이 무지 많다.

통계를 들춰보진 않았지만 경치 좋은 해안가에는 카페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지금도 생겨나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 새 주인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을 것이다.

한때는 펜션 바람이 불더니 최근에는 카페 바람이다.

여기에는 제주 섬사람도 있을 테지만, 얼핏 보기에도 외지의 누군가에 의해 투자된

카페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소문이다.

각각의 개성과 분위기, 특별한 맛으로 치열한 경쟁을 한다.

미디어에 노출된 카페는 밤낮이 따로 없다. 심지어 조용했던 어촌마을 해변이

카페 한 개가 들어선 이후 지금은 카페 해변으로 변해 버렸다. 마을이 통째로 변화했다.

정말 조용했던 그 해의 해변을 떠올려 본다.

마음이 복잡했을 때, 나는 그 해변에서 물끄러미 수평선을 주시했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듬고 바다내음에 심취했었던 기억이 선하다.

'개인적으로 한끼 식사 값보다 비싼 커피값은 아직 내겐 익숙하지가 않다'


요즘엔 나는 이 해변을 그냥 지나친다.

낯설기도 하거니와 40대 후반의 필자가 어설렁거리는게

'젊은 연인들에게는 거슬리기도 하겠거니'라는 배려(?)를 포장한 외면이다.

이제 나는 지나가던 나그네가 아니라 제주에 사는 중년의 소나이(제주방언:사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제주섬을 효과적으로 짧은 일정에 여행하기 위한 팁을 묻는다.

단언컨대 정답이 없다.

본전 뽑자고 달려들면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할 것이고,

반면에 정말 힐링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제주섬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한 섬이다.

낚시를 즐기는 나그네, 걷기를 즐기는 나그네, 드라이브를 즐기는 나그네, 골프를 즐기는

나그네, 나 홀로 사색을 즐기는 나그네,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즐기는 나그네...

목적과 의미는 저마다의 사정이다.

바쁜 일정이라도 즐겁고 의미에 충분히 부합했다면 비록 육체적 피곤함은 동반했더라도

심리적인 부분은 힐링이 되었을 것이기에 감히 어떤 여행을 하시라 권하기가 힘들다.


제주는 작지 않은 섬이다.

'산이영 바당이영' 두루두루 거칠고 투박하지만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 가치를 느끼기에는 제주 섬사람이 여러모로 최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제주 섬사람 중 한라산 정상을 오른 이가 몇이 될까?

선상낚시를 해본 이가 몇이 될까?

올레길을 전부 완주해 본 이가 몇이 될까?

그들은 제주섬에 산다는 이유만 존재할 뿐이며, 제주를 만끽할 여건은 주어졌지만

똑같은 우리의 이웃이다 보니 삶의 여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겨울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감귤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울상이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제주섬은 그냥 섬이고 생활터전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닌 것이다.

때론 제주섬사람들보다,

나그네들이 제주섬의 속살을 더 많이 알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그네들은 제주 사람들보다 더 제주를 가까이서 보려한다.

'제주도'라는 텍스트 보다 '제주섬'이란 텍스트에 더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Feb 15.2016 ... by 소나이

제주섬은 어딜가나 그림이지만, 그들에겐 일상이고 터전일뿐이다.



다음 글부터는 제주에서 살아가면서 알게 된
소중한 먹거리, 볼거리, 사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편씩 다루어볼 계획이다.
이 책은 여행정보서가 아니다.

제주 입도 정착민의 시각에서 바라본 온전한 '제주섬의 이야기' 이길 바라며,
제주에 정착을 계획하고 있거나, 여행을 계획 중인 모든 이들이 제주섬을
좀 더 이해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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