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녀'를 아시나요?

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8

by 제주섬소나이

잠녀!

제주말로 좀녀라 발음하는게 정확하다.

제주말은 아래아(.)를 <오>로 발음하기에 육지 말로는 잠녀 일터이고 토속 말로는 좀녀가 된다.

제주섬 사람은 딸을 칭하는 '딸내미'도 '똘내미'로 말한다.

물속에 잠긴다 해서 한자어 잠(潛)女가 제주어로 굳어진 것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해녀(海女)의 정식명칭이라 해두자.

좀녀가 맞는지 해녀가 맞는지 좀녜가 맞는지 명칭을 두고 설왕설래하지만 제주섬에서 평생을 물질해오신 이들은 그들 스스로 좀녀라 부른다.


제주섬 해안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좀녀들을 쉽게 만난다.

작년 말 현재 좀녀 숫자가 2,404명이라 한다.

20년전과 비교해서 1,048명이 줄어든 수치라 했다.

필자가 제주 살면서 만난 좀녀분들도 평균 70세를 훌쩍넘어셨으니 매년 그 숫자가 감소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일이 힘들다 보니 젊은 좀녀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좀녀들이 주축이 된 어촌계의 저간의 사정에도 문제가 있는 듯 하다는 지적들이 다.

자원은 점점 줄어들다 보니 좀녀 스스로들 신입의 가입을 원치 않는다는 후문이다. 백만원을 훌쩍 넘는 어촌계 가입비에 해당 수협에는 별도로

일이백에 가까운 출자금까지 내고도 모자라 해당 어촌계의 동의를 받아야 된다는 뒷이야기까지 듣다 보면 "에이~ 설마!" 하고 의문을 가지지만 실상은 장벽이 호락하지 않은것도 사실인 모양이다.


좀녀들은 바다를 '밭'이라 표현한다.

때가 되면 채취를 하고 또 때가 되면 금채한다.

정기적으로 수초를 관리하고 그들 나름의 바당밭 관리를 한다.

간혹 육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나그네들이 소라며 전복을 채취하다가 어촌계에 혼쭐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애초에 바다에 주인이 있겠는가마는 좀녀들의 생활터전이고 자원을 관리하는 노력이 더해지는 수고로움이 있으니 지켜줘야 할 영역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정히 용왕님 영접하려면 사 먹는 게 진리다.

봄이 산에 왔듯이 바당에도 왔져 / 봄이 산에 오듯이 바다에도 오지
한라산에 눈보름 놀리곡 눈이 하영 더꺼정 / 한라산에 눈보라 날리고 눈이 쌓여
다시 훤헌 하늘 못 보아지카부덴 했주마는 / 다시는 맑은 하늘 못 볼 것 같았지만
보름 부는 디서 닥닥터는 저슬이 왔듯이 / 바람부는 방향으로 엄동이 왔듯이
보름 불어가는 디로 고장 기별도 들어전게 / 바람부는 방향으로 꽃소식도 들리더군
그추룩 바당에도 똑 고튼 봄이 촞앙 오매 / 그렇게 바다에도 봄이 찾아온다는 거야
저실엔 바당풀도 씨로 곱아부는 따문에 / 겨울엔 녹조류도 씨앗으로 숨기 때문에
고띠바당 소곱꼬지 황당허난 놀삭허주마는 / 얕은 바다 속마저 텅텅 비어 허전하지만
한라산 여신 '설문대할망'이 촐씨 뿌령 / 한라산 여신 '설문대할망'이 풀씨 뿌려
똘 닮은 오름 몬딱 퍼렁헌 촐로 왕상허민 / 딸 같은 오름마다 푸른 잔디로 무성해지
제주바당 여신 '영등할망'도 먼 바당꼬찌 / 제주바다 여신 "영등할망'도 멀리까지
오줌닮은 돈물 버래기 쌍 보내어가민 / 소변처럼 뜨뜻한 난류를 흘려보내기에
검붉은 미역이나 청각줄기도 솜빡해지주 / 검붉은 미역이나 청각 줄기도 무성해지
먼딧생이덜 한라산 저착더래 놀아가듯이 / 철새들이 산 넘고 철 따라 날아가듯
물궤기도 떼지엉 가민 먼 바당 절지치는 소리 / 물고기도 떼지어 원양하는 물결의 노래
전복이나 구쟁기도 초츰초츰 솔이 올랑 / 전복이나 소라도 점점 살이 올라서
땅에서 요는 실과 고찌 맛도 조와지주 / 땅에서 열리는 과일처럼 맛이 좋지
좀녀 어멍 또랑 물질 배운 젊은 시절은 / 해녀 어머니 따라 불질 배운 젊은 시절은
지레가 큰편인 나도 민짝헌 인어엔 행게마는 / 키가 큰 편인 나도 미끈한 인어 닮다더니
바당소곱의 봄을 밥먹듯 먹단보난 어느 세월에 / 바다의 봄을 밥먹듯 먹다보니 어느 세월에
이자락 늙어부런 주륵주글헌 거북이 서늉이여 / 이토록 늙어져서 흉한 거북이 꼴이구나
똑 고뜬 하늘 아래 봄은 해마다 새봄이여마는 / 똑 같은 하늘 아래 봄은 해마다 새봄이건만
저 산중에 놀던 몰이 어늣동안에 그 몰이 아니듯 / 저 산중에 놀던 말이 어느덧 그 말이 아니듯
나도 바당의 봄을 등땡이로 보낼 날이 가차와쪄. / 나도 바다의 봄을 등뒤로 보낼 날이 가까웠어.

'제주 좀녀의 봄' / 제주詩人 고훈식님


좀녀들의 허리춤에는 '연철'이 있다. 무게를 두어 부력을 제어하는 것인데 나이가 많은 좀녀 들일수록 몸이 가볍다 보니 오히려 연철의 무게는 더해진다.

그들의 지나온 세월만큼 연철은 무겁게 짓누른다.

이제는 그만 쉬실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저 웃으며 손주들 용돈 주는 맛이란다.

당신 귓병은 뒤로한 채 "이제 나이 먹어 못해먹을 크라!" 하시던 할머니의 몸에 배인 비린내가 샤넬 향수보다 향긋하게 다가온 그날의 바당밭 소주 한잔은 진정 제주섬 영등신이 보내준 선물이었다.


해가 저물 즈음 제주섬의 지역방송 라디오에서

제주섬을 주제로 한 노래가 흘렀다.

제목마저 생소한 '봐사주'라는 흥겨운 보사노바풍의 리듬은 좀녀들의 노래였다.


너른 바당 벗 삼은 섬 (넓은 바다 친구 삼은 섬)
물 때 물질해사주 (물 때 물질해야지)
망사리, 소살, 테왁 들렁으네 (망사리, 소살, 테왁 들고서)
물질가사주(물질가야지)
호끔 인칙엔 뱃치 과랑과랑 난게만(조금 전엔 햇볕이 반짝반짝 났는데)
호끔 날 우쳠쪄(조금 날이 우중충 하네)
에헤에 잘 콰니어 오(에헤에 잘 됐어 오)
저기 물허벅 정 가는 비바리덜 아니꽈?(저기 물허벅 지고 가는 처녀들 아닙니까?)
맞수다.(맞습니다.)
비바리덜 착하곡 막 곱댄들 헙디다.(처녀들 착하고 아주 예쁘다고 하던데요.)
아니꽈?(아닙니까?)
맞아마씸. 맞아마씸.(맞습니다. 맞습니다.)
영허랜허난 영했수다만은(이렇게 하라고 해서 이렇게 했습니다만)
경허랜하믄 경하쿠다(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영허랜허난 영했수다만은(이렇게 하라고 해서 이렇게 했습니다만)
경허랜하믄 경~(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고랑몰라 봐봐사 알주 고랑몰라 봐사주(말해서 몰라 봐야 알지 말해서 몰라 봐야지)

'봐사주' - 임인건(째즈피아니스트) feat.루아


좀녀들은 제주섬의 보물이었다.

일본이 추진하니 뒤늦게 유네스코 지정이 어쩌고 저쩌고 뒷북치기 이전에 좀녀들은 우리네 누이였고, 우리네 엄마였으며, 우리네 할머니였다.

제주섬 정착민의 허전함을 달래 주던 제주섬의 보물들 중 유독 아리고 찡하면서도 늘 함께하고픈 지키고 싶은 보물의 갑이었다.


수년전 필자가 친구와 처음 제주섬을 방문했을 때

탑동에서 쪼그려 앉아 전복죽을 팔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저녁노을이 꺼질즈음 떨이라며 손수 정성스레 쑨 전복죽을 막 퍼주시던 그 맛이 잊히질 않는다.

친구 녀석과 둘이서 4 대접 분량의 죽을 먹고 고작 치른 죽 값이 5천원 남짓이었다.

그때의 정이 그리운 것도 매 한가지 이유다.

거북등 같은 손등과 자글자글한 이마의 세월이

마치 늘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리스출신 '미카일카리키스'가 2분간 숨을참고 그린 제주해녀초상화

'영허랜허난 영했수다만은 경허랜하믄 경하쿠다'

우리 어머니들은 그렇게 살았다.

오늘도 뉴스에는 계모가 7살 아이를 죽이게 하고 암매장한 사건이 아침부터 흘러나왔다.


당신은 '좀녀'를 아시?

좀녀는 우리들을 온전히 키워주신 '무한사랑존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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