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9
"워메! 미치고 환장 해 부러요."
"무사?"(왜?)
"오늘도 주방 알바 시끼가 빵구 내버려서 미치고 환장 해 부러요."
"알바보다는 아줌마들이 낳지 않어?"
"아줌마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랑께요. 이건 뭐~! 허구헌 날 사람 때문에 미치겄어요."
"연락도 없냐?"
"며칠 전에 가불 좀 해 달라해서 조금 해줬더니 술을 처먹었는지 전화도 안 받네요..."
"에고~ 그럼 오늘 술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네."
"죄송 혀요~. 이 담에 제가 한잔 쏠팅께 회나 한 접시 하러 갑시다요."
"그래. 고생 혀~"
갑자기 저녁 약속이 비어 버린 나는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해물파전과 막걸리로
데이트 코스를 잡았다.
두어 시간 지났을까?
막걸릿집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가계 문을 일찍 닫았노라 했다.
제주섬 입도 4년차 전라도 출신 동생은 그렇게 오늘도 알바를 탓하며 막걸리잔을 비웠다.
프랜차이즈 가맹비, 가계 보증금, 연세, 관리비, 인건비,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지출이 줄줄인데 반해 매상은 빤하단다.
그나마 '배달의 전사'인지 뭔지 그네들을 이용하면 주문량이 좀 더 늘긴 하지만 떼주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다며 푸념했다.
목 좋은 매장을 얻으려니 고리타분하게 생긴 집주인은 기름 냄새난다며 1년 세를 더 준다 해도
세를 놓지 않겠다며 퇴짜를 놓았다 했다.
할 수 없이 예산에 맞추어 지금의 자리에 터 잡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에서 조금 후미진 탓에 배달 주문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무리해서
알바들을 두었단다.
두어 달이 멀다 하고 사고에 뒷수습이라 했다.
보험료에 치료비, 오토바이 수리비...
주방 아주머니는 벌써 몇 번째 교체 멤버라 했다.
거리가 멀어서, 기름이 튀어서, 너무 늦게 마쳐서, 허리가 아파서...
저 마다 이유가 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결국 월급만 많이 주면 해결될 일이라 했다.
이제는 알바를 두었고, 땜빵은 6살 딸을 둔 애기엄마가 나선다.
알바들 저녁식사 준비도 애기엄마의 몫이란다.
그런저런 이유로 그는 최근 업종전환을 심각히 고려중이라 했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는 업종으로 생각 중이라 했지만,
그리 만만한 고민이 아닌 듯 보였다.
엄마의 등에 업힌 채 주방에서 잠들어 있는 딸을 보면 피눈물이 솟구친다 했다.
제주섬 입도 첫해에만 해도 행복한 꿈만 꾸었단다.
자주 쉬지는 못하지만 한 달 두어 번 쉴 때면 식구들과 함께 제주섬 구석구석 여행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단다.
집도 급하게 구한지라 외풍이 심하고 기름보일러 연료비가 만만치 않아 결국 가스를 쓰는 아파트로
옮겼다 했다.
커다란 바퀴벌레, 육지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쉽지 않았던 대왕 지렁이까지 이제는 볼 수 없어서
그나마 좋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바람 많은 날 창문 덜컹거리는 소리에 선잠 자지 않아 좋다며 웃었다.
적어도 정착 선배인 내가 보기에 그의 마음은 육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일상이 그러했다.
그날 밤 제주쌀막걸리를 흔들고 비웠다.
주인장이 건넨 자그마한 옥돔구이 서비스 안주와
맛나게 삶아낸 문어숙회는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달래 주었다.
막걸릿집 바로 지척이 올레 18코스 사라봉 자락 '산지등대'다.
내가 늘 아침운동을 다니는 코스임에도
늦은 시간 야경을 보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고기잡이 배들의 수고로움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있었으나,
우리들의 시선은 화려하고 웅장한 크루즈선에 고정되었다.
"형님! 언제 저런 배 한번 타보지요?"
"글쎄~.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형님! 나 제주 온 거 후회 안 하렵니다."
"......"
"우리 애기 보란 듯이 잘 키울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배 타고 가족여행도 갈랍니다."
심한 반어법처럼 느껴졌다.
몸서리치게 후회되는 심정이라고 내뱉는 말처럼...
"맥주나 한잔 더 무로(먹으러) 가자. 너거 가계 생맥주 맛있데. 푸하하!"
"형님! 내일 운동은 못하시겄소?"
"이렇게 술맛 좋은 밤에 운동은 무슨...... 오늘 한번 달려 볼까나!"
일기예보엔 이른 아침부터 비를 예고했었다.
내일 아침 운동은 진작에 포기했다.
까지것 주말인데 시체놀이 한번 해보지 뭐~!.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밤바람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목에서 뉘 집 멍멍이가 왈왈 짖어댔다.
그날 새벽 나는 집으로 오자마자 마눌님이 냉장고에 붙여 모아둔
그의 치킨집 자석형 쿠폰을 죄다 버렸다.
'쿠폰 10매 모으면 한 마리가 공짜' 그런 쿠폰이었다.
많은 이들이 바쁜 삶의 쉼표를 찍는 곳... 제주섬!
혹여 사라봉 산지등대 오시걸랑 여행 일정 잠깐 접어두시고
바다 냄새와 숲 냄새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시기를...!
산지등대는 '제주해양수산관리단'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하시면 1박 무료 숙박체험도 가능하답니다.
다만 자녀를 동반한 가족에 한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하네요.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던데 식구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답니다.
별도봉과 사라봉을 연결하는 산책코스를 동틀 녘 아침에 만끽하신다면
천상의 상쾌함을 느끼시기에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사라봉 자락 아래 동태탕 푸짐한 슬O식당에서
점심 한 그릇 하신다면 좋을 듯합니다. 점심영업만 하니 참고하세요.
사라봉과 별도봉을 두루 걷기에는 체력 안배가 필요합니다.
평소 걷기가 부족하신 나그네들은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제주소나이의 코스 안내를 참조하세요.
올레 18코스의 방향과는 또 다른 두 봉우리 정상에서의 뷰를 만끽해 보세요.
Tip 1. 산지등대까지 차량으로 이동합니다.(등대 앞 공터 주차)
Tip 2. 등대에서 산책로(시멘트 도로)를 따라 사라봉을 올라갑니다. (20여분 소요)
Tip 3. 올라갔던 코스로 되돌아 내려옵니다.
Tip 4. 중간에 벤치와 화장실이 있는 휴식공간이 있는 사거리 갈림길에서
물 한 모금 하시고 잠시 쉬어갑니다.
Tip 5. 이곳에서 별도봉을 오르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좀 더 편한 코스를 원한다면 바닷가 길(올레 18코스)을 선택하지 마시고,
취수장 옆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Tip 6. 별도봉 정상에서 반대편 코스로 거의 내려오면 갈림길에서 좌회전합니다.
Tip 7. 바다 절경과 어우러진 별도봉 산책길의 백미를 감상하면서 산지등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총 소요 시간 : 넉넉히 2시간)
사라봉 낙조는 영주 10경 중 하나이지만, 제주소나이는 이곳의 일출이 오히려
상쾌하고 멋지게 다가옵니다. 해가 중천에 뜨면 햇살이 따가운 코스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