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7
제주 입도 준비 중인 ㅇㅇㅇ입니다.
막연하긴 한데 직업은 관리소장, 배관. 소방 관련 등 자격증 있으며,
자식은 하나 있고요, 제주여행 몇 번 왔다가 제주가 너무 좋아서
아예 눌러앉을 생각으로 입도 준비 중입니다.
현재 월급은 350 정돈데, 250 정도면 될 듯하고요.
집도 알아봐야 하는데 어떻게 긁어모으면
1억 조금 넘는데...
마당 조그마한 거라도 딸린 집 구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얼마 전 모임에서 제주 입도를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지인의 소개로 모임에 참석했다가 조언을 구하느라 자리에서 건넨 질문이다.
뒤풀이 자리라 예닐곱 명의 참석자만 있던 자리인데, 답들이 어떠했을런지 상상들이 되시나?
"......"
정확히 카운터는 하지 않았지만 5초 정도의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 힐끗 눈알을 굴리는데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해 입속에 머금은 소주가 튀어나올 뻔했다.
진지하게 질문한 당사자는 얼마나 기분 상했을까 싶지만, 그 짧고도 긴 침묵의 여운을 나름 새겨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날 모임에는 제주 토박이, 나 같은 정착민이 고루 자리했지만 답변들은 한결같았다.
"좀 더 생각해 보시지 그래요?"
대부분 제주 정착을 원하는 분들은 인터넷을 뒤진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이들 정착기를 보면 자연과 더불어 어쩌고저쩌고 일색이고,
나름 행복하다 일색이다.
입도민 년간 천만 시대라지만 냉철한 이면에는 정착에 적응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돌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정착에 적응 못한 그들은 많은 글을 남기지 않는다.
본인의 과오도 있겠지만 짐짓 실패의 경험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탓이다.
살다 보면 기회라는게 쉽게 오지 않으니,
'일기일회'라며 이왕 마음먹었으면 행동으로 실천하라고 섣불리 부추긴다면 분명 무책임한 행동이다.
다시 섬을 떠나간 그들은 거의 모든 책임을 섬에 미룬다. 텃새, 비싼 물가, 교육환경, 저임금, 시장성의 한계......
더 나아가 심지어 제주 날씨까지 탓하며 사연도 많고, 이유도 많다.
준비 부족인 본인 탓도 있겠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음 직도 하다.
정착 이주를 준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분들이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제주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7대 자연경관.
행정구역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누어져 있지만 예전에는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으로 나누어졌던 적지 않은 면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구역상 섬(島) 이기전에 특별자치도(道)이다.
대한민국 8도와 별개로 특별자치도로 존재하는 그곳.
그래서 흔히 알고 있는 경찰 조직과는 별개로 '자치경찰'이라는 조직도 공존한다. 법과 조례마저 제주특별자치도만의 특별한 그것들이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농담 삼아 '말이 통하는 외국'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뒤집어 정리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본래가 섬이다. 그래서 '제주섬'이다.
넓은 것 같으나 지도 하나 펼쳐보면 한라산이 중간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사람 사는 면적은 빤하다.
육지 중소도시와 인접한 시골마을을 연상하면 딱이다.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영락없는 시골 한적한 마을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육지의 시골마을에는 텃새라는 게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
제주말로 '괸당 문화'라는 게 있다. 길가다 부딪히면 사돈의 팔촌관계거나 먼 5~6촌 벌 지인 사이이다. 제주말로 괸당은 친인척을 포괄하는 의미이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주변의 아는 지인들이 모두 괸당의 울타리다.
누가 식당이라도 새로 열면 부조금과 함께 며칠씩 괸당들이나 지인들이 개업식에 참석한다.
소위 '오픈발'은 따놓은 당상이다.
영업하는 이들이 신규 거래처 하나 개설하려고 해도, 가격경쟁보다는 괸당이 우선한다. '이왕이면...' 하는 식이다.
괸당 문화에 대해서는 제주 토착민들조차 좀 과하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종종한다.
이런 환경들이 '텃새'로 비쳐진다. 소위 패거리 문화라고 비아냥거리는 작금의 정치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냉철히 보자면 육지의 중소도시나 시골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임엔 틀림없다.
제아무리 괸당이라 해도 맛이 없고, 가격이 비싸며 불친절하기까지 하다면 괸당의 지원도 오래가지 못한다. 한마디로 처음에는 유리한 듯 비춰지지만
결국 모든 환경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정착민의 입장에서 약간의 불리함은 극복의 대상일 뿐, 절대적 불리함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이야기 하나 풀어보자.
제주섬은 또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국 8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그들은 제각각의 사연과 희망을 안고 제주섬에 정착했다. 그럼에도 고향을 늘 그리워한다.
우리가 해외이주를 하면 늘 고국의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하등의 다른 점이 없다.
이곳 제주섬에는 각 8도 지역별로 향우회 조직이 많이 있다.
조직력과 단결력, 규모면에서 '호남향우회'는 단연 으뜸이다. 심지어 지역 정치계에서도 이 조직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면 말 다했다.
더군다나 향우회에서 출자한 신용협동조합까지 운영하며, 향우회 발전을 이모저모 도울 정도니 그 규모를 어림짐작 할 만하다.
필자의 고향인 경상도 지역 향우회를 비교하자면 소위 '게임'이 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경상도 사람들은 '자기 팔 자기가 흔드느라 바쁘다'는 식이다.
충청도나 강원도 사람들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다.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은 제 한 몸 건사하면 모임도 귀찮다. 전형적인 서울깍쟁이 소리 듣기 딱 맞다.
왜, 갑자기 향우회 이야기를 꺼낸 건지 이해되시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향우회 조직이든 괸당 문화든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똑 같이 행동한다는 이야기다. 소위 '오픈발'대목에서도 그렇다.
호남향우회 사람들 오픈발은 제주 토속인들의 괸당 문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니, 다른 여러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한수 위다.
따라서 모든 환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제주섬이라 해서 특별히 불리할 것도 유리할 것도 없다.
다만 시장의 상황을 분명히 직시하고, 이주를 결심하기 이전에 제주섬에서 정확히 먹고사는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제주섬은 전국 최하위 수준의 평균임금이 존재하는 지방이다.
임금이 낮으니 소득이 고만고만하고, 씀씀이도 거기서 거기다. 적게 벌면 적게 쓴다. 제아무리 관광객이 많이 오더라도 대게의 제주민에게
피부적으로 체감되는 지수는 크지 않다. 물론 지역경제에 도움은 되겠지만......
시장성이 제한적이고, 소비층이 두텁지 못하다. 업종의 다양성에도 제약이 따르는 이유가 다른데 있지 않다. 육지에서 그 흔한 아울렛 매장, 백화점 하나가 없다.
인구 대비 전국 최고의 요식업 경쟁지역이다. 상가권리금과 일년세는 이미 오를 데로 오르고 있으며, 부익부 빈익빈은 제주섬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만난 정착 가정은 1년 만에 다시 다른 동네로 이사 계획을 잡았노라 말했다.
처음엔 유명 연애들이 거주하는 동네라 친근감도 가고, 자신들도 그런 동네에서 오순도순 애들 키우며 잘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애들이 어리다 보니 병원에 한번 갈려고 해도 도심지까지 거리가 있고, 무엇보다 자연에서 마냥 벗하게 키우고 싶다던 당초의 계획보다는
학교 문제며, 학원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했다.
결국 제주시내 도심이나 도심 인근으로 옮길 계획이라 했다.
이렇듯 이상과 현실에서 부딪히는 괴리가 분명히 있을 테지만 간혹 너무 철없다 싶을 정도로 대책 없는 경우들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연예인들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그 사람들~ 제주섬에서 살기도 하고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녀들이 년간 수천만원이 필요한 국제학교 다니던가 돈걱정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주 수입은 육지에서 발생하지, 제주섬에서 농사짓지 않는다.
"돈 다 벌어 놓고 먹고살만하면 오시던가, 아니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곳은 경치도 아름답고, 공기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섬입니다."
모임에서 제주토박이가 내뱉은 말이다.
잠시 여행 오는 것과 이곳에서 뿌리내려 사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그래도 오시겠다면 다시 한 번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시라 말하고 싶다.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왔다면 이웃의 제주섬 사람들이 가만있을까?
그때는 쓴소리 들어야 한다.
"여행 왔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