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나이의 제주섬 이야기 Vol.6
'니하오!'
간단한 중국어 몇 마디는 이제 제주섬뿐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든 중국 여행객들이 오는 곳이라면 필수가 되어 버렸다.
2015년 한 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카는 598만4천명이라 한다.
이중에서도 여성이 59%였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가 전체의 92%를 차지한다고 한다.
화장품이 많이 팔리는 이유도 다른데 있지 않겠다.
오늘 뉴스에는 유커들의 한국 여행이 점차 단체관광보다 개별관광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통계를 보여주며, 바람직한 패턴이라고 언론은
반기고 있었다.
제주섬이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행정구역이 구분되어 있는 사실 정도는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제주시를 다시 '신제주'와 '구제주'로 나뉘어 통칭하는 사정은 현지에서 살지 않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행정적 표현을 빌리자면 원도심(옛 도청소재지 중심)일대를 통칭해 구제주라 부르며 공항을 기점으로 동편쪽, 예전 제주읍 소재 일대의
건입동, 일도동,이도동,삼도동,탑동 등이 속한다.
반면 공항을 기점으로 섬의 서편쪽에 위치한 신시가지 즉, 노형동과 연동 일대를 신제주라 통칭하여 부른다.
우스개 소리로 섬주민들은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비교하기도 한다.
집값이 그러하고 생활기반시설이나 상권이 그러하다.
차로 이동하자면 불과 15분여 거리의 간극이지만 섬사람들은 구제주와 신제주까지의 이동거리를 상상외로 먼거리로 생각한다.
도로가 많이 막히지 않으니 15여분 거리가 가깝지 않은 측면도 있으리라.
친한 이웃과 자주 가는 신제주 단골 횟집에서 소주 한잔 기울일 생각이면 으레 "무사(왜), 거기까지 감수과?"라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어쩌다 신제주는 아파트 숲이 되었고, 이제는 빌딩숲 도심이 되어버렸다.
상가가 밀집하다 보니 웬만한 대도시의 주차난이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 상권의 최중심지에는 '바오젠거리'가 위치하고 있다.
상가권리금이 대도시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껑충 뛰었고, 유동인구는 그만큼의 가치를 입증이라도 하듯 밤낮이 따로 없다.
이곳은 예전에 로데오거리로 불렸다.
2011년 중국 다단계업체인 '바오젠그룹'의 직원 만여명이 제주도에 단체로 포상여행을 오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바오젠거리'로 명명했다한다.
로데오거리였던 만큼 다양한 쇼핑매장들이 위치하다 보니 젊은 유커들의 여행 필수코스가 되었으며, 거리는 그렇게 변모해 왔다.
한국어보다 중국어 간판이 익숙하며,
내국인보다 중국인이 많은 거리.
건물주가 언제부터인지 중국인 또는 그들이 앞세운 조선족이나 그들 대리인들의 명의로 서서히 바뀌었다.
불과 2~3년 뒤 상가들의 권리금과 월세는 2배를 웃돌았고, 예전부터 이곳을 지키던 터줏대감들은 하나 둘 떠나야 했다.
행정기관에서는 '바오젠거리'라는 명칭을 바꾸어야 하네, 마네 의견을 수렴 중이라 한다.
올 7월이면 바오젠이라는 이름의 사용기한이 만료된다는데 거리 이름에도 사용기한이 있다니 세상 참 복잡하다.
'연동7길'로 환원할 건지 어쩐다 하지만 정작 섬사람들은 달갑지 않은 눈치다.
굳이 알려진 길이름을 바꾸는 이유도 그러하거니와 제주 방문 외국인의 70%가 유커인
점을 고려한다면 신중론도 일리가 있겠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옷차림이며 풍기는 외모의 전체적 분위기로 이제는 일본인과 중국인을 구별 할 안목마저 저마다 생겨났다.
젊은이들 일자리 창출한다고 요란법석을 떨던 면세점들은 비싼 인건비의 제주섬 젊은이들을 고용하기 이전에 값싼 노동력의 중국 유학생들을 채용했다.
동네에 위치한 인근 대형마트에도 뜻 모를 중국어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들은 그곳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장난감을 고른다.
거리 곳곳의 외국어학원은 중국어 회화를 강의 한다고 선전한다.
매년 관광객이 급증해서 공항이 부족하다고 하여 신공항 예정부지를 기습 발표했다.
흡사 달동네 철거지역을 지나는 것처럼 일대의 큰 도로가에는 결사반대 구호들의 깃발이 마지막 꽃샘바람에 펄럭이며 도열해 있다.
시골의 한적한 주유소는 이름조차 듣지도 보지도 못한 웅장한 클래스의 스포츠카들이 자주 오는지라 주유기1대의 주둥이를 결국 바꿨다고 했다.
국내 주유기 주둥이로는 맞지 않는다며 주유소 아저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올해 들어 제주섬에 외국인학교 한 곳이 추가로 승인 났다.
년간 학비며 기숙사비가 수천에 달하는 이름도 생소한 그 학교들은 그렇게 제주섬 중산간에 둥지를 틀고 있다.
둥지 옆에는 땅을 뒤집고 엎어 그들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가 '프리미엄 조망'이라는 광고 문구를 뒤집어 쓴 채 똬리를 틀고있다.
지방방송에 출연한 정치인은 이것이 또 다른 체류형 관광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열변을 토했다. 교육도시라는 타이틀은 덤이라며...
지인과 소주를 먹기 위해 며칠 전 신제주를 다녀왔다.
택시를 운전하던 머리 희끗한 개인택시 기사분은 차라리 예전이 좋았다고 했다.
예전에 신혼부부들 오면 사진도 찍어주고, 식당도 안내하면 부수입도 짭짤했단다.
여행 중 정이라도 들면 부부와 같이 술도 한잔하고, 첫날밤 사랑싸움한 신혼들을 애써 달래 화해시키기도 했다면서 그 시절 추억을 그리워했다.
"요즘 올레길 그거여? 기껏해야 막걸리 한병도 아니고 잔막걸리로 사 먹고 갑니다게~.
안주는 배낭에서 과자 부스러기 꺼내서 먹고 가쥬게! "
올레길 부둣가 매점을 겸한 어느 식당 아주머니의 푸념이었다.
사람들이 실속진 건지, 올레길이 생겨서인지 모를 일이다.
시대가 변하고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이제는 가성비 타령이다.
얼마 전 '사드'배치를 놓고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을 협박했다.
이어도 분쟁이 붉어질까 봐 제주도의회는 실효성도 없을 법한 법안 통과를 몇 년째 눈치만 보며 방치하고 있다.
발표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는 제2공항 부지의 인근에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발 빠른 이들이 거쳤다고 언론이 몇일 뒷북을 쳤다.
검찰과 세무당국이 움직인다 하지만 '글쎄올시다' 다.
소위 인두세로 불리는 1인당 1일 2만~5만원의 수수료를 중국 여행사에게 거꾸로 지불하고 있는 힘없고 억울한 국내 여행사들은 오늘도 그렇게 뻔한 식사와 뻔하게 짜여진 코스로 단체관광객들을 태운 채 아침 댓바람 부터 도심 한복판
대형 인삼판매장으로 버스를 들이 밀었다.
줄줄이 버스에서 내리는 유커들에게 주차요원은 큰소리로 외쳤다.
환잉꽝린!!!
제주섬에 바람이 많다보니 제주공항에는 '윈드시어'경보가 잦다.
제주섬사람들은 제2공항 예정부지의 바람이 지금 공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거라며 술안주로 삼았다.
엊그제도 '윈드시어'경보로 몇편의 비행기가 결항되거나 지연되었다.
제주섬은 그렇게 '가성비의 섬'으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