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에 대하여

예스터데이 / 2019, 영국

by Journey of J


미스터빈의 2012 올림픽 개막식 축하무대

얼마 전 2012 런던 올림픽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007이 영국 여왕과 같이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타고 상륙하며, 런던 올림픽의 개막을 알린다. 개폐막식 축하 공연에는 엄청난 뮤지션들과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다. Mr.BEAN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진 무대와 JESSIE.J와 QUEEN의 합동무대, SPICE GIRLS의 재결합무대가 등장한다. 거기에 ARCTIC MONKEYS와 OASIS의 리암갤러거의 BEADY EYE, MUSE의 무대까지 더해진다. 우리가 이름을 잘 모르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많은 뮤지션들이 더해지고, 페럴림픽 축하공연에는 Coldplay가 등장한다.


%25EB%25B9%2584%25ED%258B%2580%25EC%25A6%2588.jpg 이들이 바로 그 비틀즈다



모두가 영국의 문화적 산물. 전세계인이 즐기는 영국 문화의 산물.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THE BEATLES, 그 우리가 아는 비틀즈가 있다. 존 레논은 IMAGINE 이라는 노래에 평화의 메세지로 얼굴이 조각되어 나타나고, 폴 메카트니는 HEY JUDE 를 부른다(영화 속에서는 HEY DUDE가 되었지만...). 그렇게 모든 영국 문화의 상징 속에서도 비틀즈는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갑자기 뜬금없이 왜 런던 올림픽 이야기냐 싶겠지만, 내가 본 영화 예스터데이는 런던 올림픽의 스크린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영화였다. 차차 이야기 하겠지만, 영화 속에는 '영국', '영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철철 넘쳐 흘렀다.


하나씩 자부심을 찾아보자. 우선 주인공. 정통 앵글로 색슨족이 아닌 영국 이민자의 2세 또는 3세 정도 되는 중앙 아시아 계열의 사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40년 후에 BTS에 대한 노래로 영화를 만드는 데 동남 아시아 계열의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말한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열려 있다고.


영화 초반 영국의 아주 많은 문화 유산들이 등장한다. 빅밴부터 시작해서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 영국을 상징하는 많은 것들이 짧게 소개되어 지나간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비틀즈가 없는 세상으로 가게 되고, 친구들 앞에서 'YESTERDAY'를 부른다.


%25EC%25BD%259C%25EB%2593%259C%25ED%2594%258C%25EB%25A0%2588%25EC%259D%25B4.jpg 나는 FIX YOU도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재밌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최고의 노래라는 잭의 말에 친구들은 말한다. "COLDPLAY의 FIX YOU 정도는 되네." FIX YOU? 어딜 비벼 이건 비틀즈의 노래라고! 주인공의 말에 모든 게 비틀즈에 대한 영국인들의 생각이 모두 들어있는 듯 했다.(COLDPLAY도 동의하지 않을까? 심지어 자신들의 FIX YOU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준 것 만으로도 감동할지도 모른다.)


영국의 자부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 시대 최고의 가수 에드 시런을 중요 배역으로 출현시켜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한다. 마치 우리는 동시대에 이런 가수도 있어! 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 그리고 또 비틀즈를 대변하는 잭에게 대결을 하여, 장렬하게 패배하도록 한다. 결국 비틀즈가 가장 짱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비틀즈에 대한 영국의 자부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리버풀로 직접 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비틀즈를 탄생시킨 리버풀이라는 도시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자부심마저 나온다.(물론 리버풀 축구팀의 팬으로써 '살라'를 만나러 간다는 말이 너무나도 즐겁기는 하였지만... - 살라는 리버풀의 간판 축구선수다 -) 그곳에서 애비로드, 스토로베리 필드 등 수많은 비틀즈의 영감을 따라가며 비틀즈의 위대한 노래들을 다시 한 번 조명한다.


그 이외에도 영화 속에서 영국의 자부심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없어진 것들은 모두 자부심의 원천이다. OASIS가 그렇고, 해리포터가 그렇다. 모두 이렇게 짧게 언급되지만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영국의 자부심이다.


%25EC%25A7%2580%25EB%25A3%25A8%25ED%2595%25A8.gif 지루하다고..?


이쯤되면 사실 영화가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자기 자랑을 2시간 가까이 늘어놓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루해지지 않는다. 왜? 바로 비틀즈가 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나오는 비틀즈의 노래들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의 퀸의 모습과는 또 다르게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이것이 어쩌면 노래가 그리고 그 문화가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노래들은 영화를 지루함에서 구출해준다.


영화는 자부심과 함께, 하나 더 정말 영국스러운 것을 담았는데 그것은 바로 냉소와 그를 통한 영국식 농담이다. 하나같이 우리나라에서는 배드 조크일 수 있는 영국식 조크가 사방에서 터져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식 농담을 좋아하는 데 그 특유의 짓궂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놀림과 함께 담겨있는 위트.


%25EC%2588%2598%25EC%259A%25A9%25EC%2584%25B1%2B%25EC%25BB%25B4%25EB%25B2%2584%25EB%25B0%25B0%25EC%25B9%2598.jpg 컴버배치의 잘생김은 수용성이라던데... 의 전설의 짤

기억에 남는 위트 중 하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대한 것이었는데, '컴버배치도 섹스 심벌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영국에서도 그의 잘생김은 역시 수용성이라고 느끼고 있나 보군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됬다. 만약 우리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본 것처럼 30년 정도 지나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어떨까? 지나갈 수도 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누군지 찾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필모를 따라갔을 것이다. 마치 오리지날 버전 '뮤지컬 렌트'를 보고 가사 속의 긴스버그, 밥 딜런, 커닝햄 존 케이지를 찾을 것처럼. 하지만 30년 후 그들도 지금의 나처럼 그 당시 그들이 진짜 어떤 의미였는지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문화는 이렇게 동시대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집단 기억인 것인지도 모른다.


%25EB%258D%25B0%25EB%25B8%258C%25EB%259D%25BC.gif 배역도 어떻게 이런 배우를 구했을까

또한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연극적인 위트도 있다. '데브라'라는 인물. 그 인물 자체가 위트를 위한, 냉소를 위한 인물이다. 전형적인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미국인. 여기서 핵심은 '미국인'. 이것이다. 데브라는 잭에게 말한다. "성공하고 싶어? 그럼 절실하게 구걸해봐!" 라고. 그런 데브라에게 잭의 답은 "아마도요."다. 시원치 않은 대답이지만, 결국 데브라는 잭을 데뷔시키기로 결정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는 영국의 위트다. 미국을 향한 우리가 더 자신감에 차있어, 우리가 오리지날이야 라는 영국의 위트. 이런 장치는 영화 후반부에 더욱 더 드러난다. 결국 모두를 위해 비틀즈의 노래를 업로드하기로 한 잭, 그리고 "내 달아나는 돈덩이를 잡아"라고 표현하는 데브라. 성장 성공 중심적인 미국을 비꼬는 위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물론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데브라가 완전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대박 기횐데 온라인에 공짜 업로드를 한다고....?)


%25ED%2585%258C%25EC%258A%25A4%25ED%2598%2595.jpg 모르신답니다

이 2시간 가까이 되는 자랑을 보면서 느낀 점은 하나다. '결국 문화는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라는 것. 완벽하지 않은 영화지만 잘 볼 수 있었던 점은 역시 문화의 힘이라는 점. 그렇기에 영국이라는 나라는 아직도 이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문화. 국수주의적으로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싶다.(테스형의 나훈아로 주제를 삼으면 지금도 나올 수 있으려나..)

한 나라의 자부심을 영화 안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결과물을 보며, 조금은 부러운 리뷰를 마친다.


P.S 만약 2020년에 찍었다면, BTS가 지금처럼 1위인 시점에 영화를 찍었다면, 정전 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로 등장한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였을까. 아니면, 그냥 영국의 일본 문화 사랑이 스크린으로 나온 장면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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