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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순례 Nov 21. 2019

영화 [기생충] 심리학적 분석

                      주요 메타퍼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

                                                                                                                                                                                                                                                                                                                                                          

■영화 기생충 후기 모임
7월6일 영화 “기생충” 후기모임이 있었다. 모임 장소인 분당 2미터 카페(?)는 개업 이래 세번째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나, 모임을 마치고 나서야 들은 낯선 느낌은 “영화 참 기분나쁘다”였다. “부자에게는 관대하고 가난한 자에게는 비열한 영화다.”
                                                      

사실 나는 영화를 두 번보고 심리학적 분석만 생각했지, 기분 나쁜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심리학 하는 사람의 한계이기도 하다. 호화저택의 주인인 박사장 가족은 세련된 매너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뒤따라오는 그들만의 어두운 부분도 있었다. 보통 그러듯이 그 부분은 적당한 가면으로 가린 평범한 부잣집이고, 그들에게는 순진한 구석도 있다. 그들은 범법을 저지르기 않았고, 굳이 나쁜 사람들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박사장 집의 지하를 아지트로 즐기고 있는 가정부 문광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박사장 집으로 위장 취업한 기택 가족들은 좋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기생충 인간들이다. 아무리 막장 영화라고 해도 꼰대 같은 교훈 한 두 개는 다 들어있으나, 기생충에는 단 한 개도 없다. 귀감이 될 인물도 영웅도 스토리도 없는 영화다. 유체이탈 방식으로 유추해 보면 메시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히틀러에게도 배울 교훈이 있다면 있다는 식이다. “히틀러처럼 살지 말자.”

그런 식으로 기생충에도 메시지는 있다. “너희 빈자들은 부자의 기생충이 되려말고, 선을 지키고, 그 선을 넘으려는 무리한 욕망도 가지지 말라.” 영화를 꼭 교훈을 얻기 위해서 보는 것은 아니지만, 보기에 따라서 매우 불편한 영화다.

                                

그러나 기생충은 소재 하나하나에서 봉준호의 완벽함을 읽어낼 수 있다. 관객은 그 최면에 걸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후기 모임 중에 한 분은 “아, 재미있다”하고 시간을 보았더니 종용 20분 남았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것은 영화의 소재, 구성, 스토리, 서사, 배경음악 등이 예술적이라기보다는 완벽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인 분석: 호화저택, 반 지하, 지하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박 사장이 사는 지상의 호화저택은 의식의 세계이다. 그곳은 욕망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처럼 의식의 세계는 이기적 욕망을 추구하되,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세련된 원칙도 가지고 있다. 그 원칙은 본능에 의하여 끊임없이 유혹을 받으나, 가진 것이 많으면 그런 유혹 정도는 다 해결된다.

그 집 가정부인 문광과 그녀의 남편인 근세가 몰래 사는 지하실은 무의식의 세계이다. 무의식은 은밀한 충동의 저장소이다. 지하실에는 넉넉한 술과 콘돔이 준비되어 있다. 그곳은 부부의 은밀한 쾌락의 장소이면서, 억압된 공격성도 있는 곳이다. 문광부부는 그들만의 지하실(무의식)에서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다. 그곳은 자유는 없으나 쾌락은 보장된 무의식의 세계이다.

기택가족이 사는 반 지하는 전의식의 세계이다.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을 중재하여 양자가 각각의 욕망을 채우게 한다. 전의식은 무의식의 원리를 존중하면서도 의식의 세계로 나오려는 노력을 한다. 기택 가족은 반지하의 창문에 자꾸 주의를 기울이는데, 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려는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사건은 이렇게 전개된다. “전의식을 상징하는 반지하 가족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고 호화저택에 은밀히 침입했다. 그리고 호화저택에서 나오는 떡고물로 지하에 기생하여 사는 문광부부를 만났다.”

                                

만일 반지하 가족들에게 양자를 화해시키는 메타퍼의 역할을 맡겼다면, 영화는 예술영화가 됐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라면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다. 봉감독은 가진 것 없는 나쁜 사람은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성문법상 죄 없고 많이 가진 사람은 희생자로 만들었으나  쉽게 원상 복구된다.  이 점이  불편하지만  현실이다. 그렇게 해서 봉감독은 자기만의 영화장르를 공고히 했고,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구체적인 분석
1)기생충의 복선
기택(송강호 분) 가족은 윗집 사람들이 돈을 주고 구입한 와이파이를 공짜로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 가스소독차가 가난한 동네에 소독가스를 뿜으며 지나가자, 기택은 반지하 창문을 열어 집안을 공짜로 소독한다. 그들이 접고 있던 피자박스에 소독약이 묻어 그 피자를 먹는 사람에게 피해가 갈 것이란 생각은 없다. 기택의 아들 기우는 피자박스 사장에게 현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고 자신을 써달라고 제의한다. 타인의 등에 기생하여 그들 욕구를 채우려는 기생충의 복선이다.
                                

2)참된 자기(Self)의 그림자

기우의 친구가 반 지하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식용 수석을 선물로 가져왔다. 재물 운과 합격 운을 가져다준다는 수석이다. 기우는 이상하게 그 수석이 자기에게 달라붙고 따라오는 것 같아 가슴에 껴안는다. 인류는 돌을 참된 자기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자기는 원형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에너지를 잘 사용하면 참된 자기의 삶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것의 이면에는 항상 나쁜 것도 있다. 돌의 그림자 부분 즉, 에너지의 어두운 부분을 사용하면 자기를 파괴시킨다. 영화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러고 보니 봉준호 감독의 괴물, 설국이 다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이 수석이 반지하에 들어오면서 사건은 전개되고, 파국으로 향한다. 사건은 수습되고 나서야, 수석은 본래의 자리인 물가로 원위치 한다. 자기는 본래의 자리에 있어야 의식과 무의식의 질서가 유지됨을 의미한다.

3)욕망의 상승
기택 가족의 욕망은 그들이 마시는 술로 상징화 됐다. 처음에는 값싼 맥주인 필라이트, 그 다음은 삿뽀르, 나중에는 호화저택 거실에서 양주를 마신다. 욕망의 상승은 또 다른 욕망을 지향하면서, 그 끝은 파국임을 암시한다. 다양한 정신분석 이론에서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이 아닌 성장을 지향하기도 한다. 기생충에서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일 뿐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빈자의 원시적인 본능만을 보여주고 있다. 후기 나눔의 한 참석자는 부자에게는 없고 빈자에게는 있는 것을 제시해 영화에 통합했으면, 그렇게까지 기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뻔해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했을 거다.                         


4)부자의 페르소나에 숨은 기생충
영화 타이타닉에서 귀한 가문과 약혼한 로즈는 그들만의 형식적인 겉치레에 질색을 하고, 거칠지만 솔직한 남자인 잭의 매력에 빠져든다. 세련돼 보여야 하는 박사장 가족의 무의식에는 그들만의 기생충이 살고 있다. 그 집에 기생하여 사는 문광부부와 기택가족이 또한 박사장 가족의 기생충이다. (이 부분의 상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누구나 내면의 기생충은 있는 법, 기생충을 인격의 일부로 통합해야지 억압하면 억압한 것들이 모여 난동을 부린다.

5)선을 넘는 다는 것의 의미
영화에서 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종종 흘러나오는 불안정한 비화성 음악처럼, 그 선은 불안하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선, 빈자의 부자의 선, 더 나아가서 의식과 무의식의 선은 존재한다. 그 선의 양보는 가진 자가 먼저 해야 하나, 가진 자는 그 일을 절대 안 한다. 그래서 불안정하다. 마침내 그 선의 경계는 무너졌다. 억압해 놓은 기생충이 살인마로 돌변해, 생일축하 공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인류의 역사는 피를 흘림으로 선을 무너뜨려왔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에서 그 선은 다시 복귀된다. 기택의 아들 기우는 돈을 벌어 호화저택을 구입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다짐으로 영화는 엔딩 한다. 선을 넘은 기택의 가족은 산산조각이 났는데도, 기우는 생각의 선을 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짓일랑 그만두라는 반어법으로  들린다. 이게 불편하다.
 
                                

6)문광과 근세의 관계

문광은 달빛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달은 남자의 여성성 즉, 아니마를 상징한다. 남자안의 여성성은 남자가 집단의식으로부터 나와 참된 자기를 구현하게 한다. 아니마는 영혼의 안내자라고 불릴 정도로 정신내부와 외부의 세계를 중재한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다고 했다. 아니마 역시 어두운 면이 있다. 어두운 면으로서의 아니마는 남자를 유약하지만, 공격적인 어린이로 퇴행시킨다. 문광은 남편을 그렇게 퇴행시키고, 자신은 남편을 돌보는 여성으로 자기애적 만족에 빠진다. 남편을 자기의 젖먹이 아기로 만들어버린 문광은 선을 넘어 버렸다. 선을 넘으면 경계가 없어진다.

7)냄새
영화는 습한 반지하 사람들에게 나는 냄새를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에게 나는 냄새라고도 한다. 몸 쓰는 일을 하여 땀에 옷이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여 나는 찌든 냄새. 반 지하에 사는 사람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분개할 일이다. 행동과 태도는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으나, 냄새는 선을 넘는다. 선을 넘은 냄새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기택은 박사장을 죽인다.

8)깜박이는 등
거실에서 깜박이는 등은 지하실에 있는 문광 남편이 문광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이 신호를 알아차린 박사장 가족은 유일하게 어린 다송이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말을 무시하나, 어린이는 무의식의 세계에 보다 근접해 있기 때문에 무의식이 소리를 잘 듣는다. 박사장 가족이 진작 듣고 그 의미를 알아차려 화해해야 할 무의식의 소리이다. 경미한 정신병에 걸린 다송에게 그 역할을 맡긴 것은 심리학적이다. 정신병 환자는 무의식의 세계에 살기에 어떤 때는 의식적 삶을 사는 사람이 모르는 진실을 알 수도 있다.

9)인디언
                                

다송의 생일축하 파티의 절정은 쫓고 쫓기는 인디언 놀이이다. 기택은 인디언으로 변장하여 파티장소에 나타나는데, 인디언은 집단무의식의 원형을 상징한다. 원형이 곧바로 의식화되면 의식의 질서는 깨진다. 인디언 놀이는 실제가 되어 살인극이 벌어졌고, 생일파티는 박사장과 기택의 딸 기정의 제삿날이 됐다. 인디언으로 변장한 기택은 박사장의 무의식에 억압된 공격성의 원형이었다.


10)계단
호화저택을 향하는 오르막 계단은 신분의 상승, 그리고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상승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택가족이 호화저택에서 탈출하는 급경사 내리막 계단은 신분상승의 환상이 깨져 다시 무의식으로 하강하는 것을 의미한다.                                


11)폭우
본래 비는 하늘과 땅을 잇은 풍요의 상징이다. 그러나 폭우는 노아의 홍수에서 보듯이 심판의 상징이기도 하다. 박사장 가족의 부재중에, 호화저택에서 한바탕 술파티를 벌렸다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가는 기택 가족을 하늘이 심판한다.  뭔가  불편하다.

12)독일사람
동서를 통일한 독일 사람이 호화저택을 구입했다. 이상 사회는 선을 넘고 안 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선으로 나누어진 양자가 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가 되는 것에 달려 있다. 정신의 통합은 의식과 무의식의 대립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의 존립을 인정해 주고 교환하면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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