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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마늘 May 19. 2023

국제 결혼의 장단점

영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만 3년이 지났을 즈음 쓴 글을 수정한 글이다








최근 유튜브를 보면 정말 국제커플이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예전에 국제 커플을 보면 우선 신기했고 또 부러웠다. 언어, 문화의 장벽을 넘어 함께 하는 커플들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 것일까, 로맨틱한 그림을 그려 보았던 것이다. 국제 커플로서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나마도 그들의 사랑앞에선 대단한 것이 아니겠지, 그러기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겠지 하는 솜사탕을 잔뜩 바른 그림이었다.     




그런데 솜사탕을 휘휘 걷어 내고 보니 '국제 결혼도 현실이더라' 라는 말씀. 뭐든지 그렇지만 장단점이 있다. 






이건 단점이지 않을까_음식 차이




이건 아마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줄다리기를 하는 부분이지 싶다. 아무거나 다 잘 먹는 걸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 온 나보다 남편은 가리는 게 많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 결혼해도 다른 식성으로 다툰다고 들었지만 우린 정말 다르다. :( 




물론 국제 커플 중에도 남편 혹은 아내가 어떤 요리를 해 줘도 잘 먹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나에겐 완전 부러운 시츄에이션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통 아침과 점심으로 각각 다른 음식을 먹는다. 




남편의 경우, 아침은 씨리얼, 점심은 샌드위치가 일반적이고 나는 아침으로 간단하게 스무디를 마실 때도 있고 비빔밥처럼 제대로 차려 먹을 때도 있다. 점심도 보통 그때그때 땡기는 반찬을 차려 한식으로 먹는 편이다. 




마파 두부 덮밥




처음엔 남편이 한식을 좋아하는 줄 알고(물론 좋아하는 한식도 있다) 저녁으로 한식도 자주 요리했다. 제육볶음, 김치 볶음밥, 소고기 볶음밥 등등.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영국식으로 더 자주 요리하게 되더라는!





스윗 칠리 치킨(Sweet Chilli Chicken)




스윗 치킨 써퍼라이즈(Sweet Chicken Surprise)




요거트를 넣은 양고기 카레(Lamb Curry)




치킨 파인애플 덮밥(Chicken Pineapple sauce with rice)




바게트에 버터와 마늘을 발라 구웠다




영국식이라고 해도 국적을 알 수 없는 요리가 많긴 하다. 영국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영국 요리사들의 책을 봐도 인도, 태국,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향신료를 사용한다. 내 요리는 영국식이라고 해도 간장을 이용해 소스를 자주 만드는 편이다. 





데리야끼 소스로 만든 생선 요리




데리야끼 치킨










간장을 넣고 만든 돼지고기 요리들






그리운 한국 음식




영국에 있다 보니 늘 편하게 접하던 한국 음식이 그립다. 물론 만들어 먹는 것들도 있지만 한국에 있는 것만큼 다양하게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먹고 싶은 거 다 만들어 먹으면 좋겠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캐나다에 사는 한국 유튜버 분이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 봤는데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영국에서도 노팅엄이라는 소도시에 있다 보니 구할 수 있는 식재료도 한계가 있다. 물론 런던 한인 마트에서 배달을 시키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불만족스러운 배송을 받은 뒤로 가능하면 직접 구매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어설프게 만들어 본 소고기 된장 국수






멀리 있는 친정 식구들




우리 부부는 시댁 가족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집성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집성촌이 있다면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긴 하다. 시댁은 차로 10분 거리, 시동생네도 차로 15분 거리. 그 외에도 대다수의 남편 친가, 외가 식구들이 노팅엄에 모여 산다. 




그렇게 시댁 식구들과 가까이 있다 보면 그리운 게 친정 식구들이다. 마냥 편한 친정 식구들과는 달리 시댁 식구들은 아직도 어려운 면이 있다(그건 시댁 식구들도 마찬가지겠지?). 




아무리 자주 연락한다 한들, 한 번 만나서 얼굴 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만나서 맛이 있든 없든 음식도 나눠 먹고 맥주 잔도 부딪히고 해야 하는데 말이다. 너무 좋은 시댁 식구들이지만 종종 시댁 식구들과 만나서 보내는 시간만큼 친정 식구들과는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언어 차이? 문화 차이??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다 보면 종종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된다. 한국말로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영어로 이야기하다 보면 그런 어감을 다 알기는 어려워 의도치 않게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경험이 쌓여 이제는 오해를 줄이는 요령이 생기긴 했다. 오해가 생길 것 같으면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지금 ***라고 말했는데 혹시 xxx를 의미한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영어이기에 이런 크고 작은 오해는 계속 있지 싶다.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국식 농담






이런 장점이 있다!_가정적인 영국인 남편




남편은 가정적이다. 직장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동네 슈퍼를 가도 친구를 만나도 거의 늘 나와 함께 간다. 




물어보면 내가 혼자 집에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영국에 온 지도 4년차라 많이 적응이 됐지만 처음 1,2년 영국 생활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봤기에 걱정하는가 싶다.  




가사도 늘 분담한다. 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 설거지는 늘 남편이 한다.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많아졌을 땐 점심도 같이 먹고 남편이 설거지를 하곤 했다. 근데 집에 있다고 점심 설거지까지 시키는 게 괜히 미안했다. 그래서 하지 말랬더니 이젠 손도 안 댄다.. 설거지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남편과의 가사 분담으로 집은 늘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청소도 같이 한다. 내가 먼지를 털면 남편이 청소기를 밀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남편이 정원 잔디를 깎으면 나는 잡초를 뽑는다. 평소 요리 및 주방 정리는 내가 하지만 한 달에 한 두번, 남편이 주방을 소독하듯이 청소한다. 




이런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 남편은 생색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모든 남편들이 이렇게 해 주는 게 아니야, 알지?' 하면서. 






꼭 나쁘지만은 않은 언어라는 장벽




언어 차이, 문화 차이로 종종 오해가 있다고 했지만 덕분에 되려 '하하' 웃고 넘어가게 되는 때도 많다. 




내가 영어 표현을 잘못 말하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다소 흥분해서 말하다 보면 말이 자주 꼬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가 잘못했잖아'라고 하려던 말을 '내가 잘못했잖아'라고 얘기한다던가.. 그러면 서로 씩씩대다가도 '빵' 터진다. 또 내가 영어로 욕을 해도 남편은 웃기단다. 너무 어설퍼서. 




마찬가지로 남편의 한국어도 가끔 너무 웃기다. 나한테 얘기할 때도 '저는 xxx 했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전에 남편이 한국어를 배우던 선생님이 존댓말을 강조해 주신 덕분이다. 남편의 친밀감을 표현하고자 쓰는 반말과 습관적으로 배인 존댓말의 조합은 언제 들어도 웃음 폭탄이다. 






다소 넓어진 시야




한국에서 평생 살았으면 몰랐을 영국의 문화가 있다. 그런 문화 차이가 힘들게만 느껴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차이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잠시 영국에 머무는 게 아닌 영국 사람들과 살아가며 배우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영국 사람들의 사소한 몸짓, 언어 표현, 매너는 그들과 같은 공간에 살며 일상에서 겪지 않았으면 몰랐을 부분이다. 그런데 영국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들을 '왜 그럴까' 궁금해하게 되는 것이다. 




문득 그 이유를 깨닫고 이해했을 때, 세상에 대한 내 시야를 넓히고 또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한국에서 살았으면 평생 몰랐을 것들이다. 







물론 한국에서 살았다면 또 그대로 배울 게 참 많았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 공동체 문화, 창의적인 사고 방식 등, 밖에 나와 있으니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남편과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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