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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iam Mar 29. 2016

영국 기차 여행- 생각 여행

London, England에서 Leuchars, Scotland까지

기차보다는 버스나 자동차를 즐겨 타는 저이지만, 영국의 기차 네트워크는 정말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지난겨울 익숙하지 않은 이 여정을 기차로 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로는 자그마치 8-9시간 이상을 달려야 했을 거리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떠난 길이기도 했고, 오래간만에 영국에 돌아온 것이기도 했고,

또 혼자서 가는 길이었기에 가는 5시간 반의 여정 내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덜컹거리며 질주하는 기차여행을 즐겼답니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아무래도 창밖의 그림 같은 풍경이겠지요.

익숙한 풍경도 정겹겠지만, 외국의 새로운 정취를 만끽하는데 

이 이상 좋은 방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법 딱딱한 기차 좌석에 엉덩이가 배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스코틀랜드로 향하는 기차는,

해리포터가 학교로 떠나는 기차를 잡아타곤 하는 London King's Cross 역에서 출발합니다.

(영국 기차역에서는 매의 눈과 빠른 발이 필요합니다. 윗 사진에서처럼 기차 정보가 뜨면 

바로 그 플랫폼으로 달려가서 기차를 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한참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었기에, 기차를 타면서부터는 우선 마지막 가을 풍경을 즐겼습니다.

작년엔 워낙 바쁘게 가을을 보냈기에 좋아하는 이 계절을 즐길 여유가 없었어서

온갖 예쁜 색깔로 물든 그런 경치를 즐길 수 있음이 다행이었고, 감사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만큼, 풍경- 그리고 계절감도- 빠르게 변해가더군요.

런던의 복잡한 시가지며 주택가를 빠져나가고 점점 북으로 달리면서

계절은 빠르게 가을에서 초겨울로 변해갔습니다. 

북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투박하고, 한가한 시골 풍경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고 좀 더 척박한 지형이 (꽤 평평한 지대인 런던에 비해, 언덕이 많아집니다) 보이는 것에,

영국 소설 들에 나오는 그런 굳은 날씨와 외로운 정취가 눈 앞에 펼쳐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 같은, 그런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경험이랄까요.


아, 그리고 뜬금없지만, 영국 기차도 열차 내 음식 판매를 하더군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저 카트가 제 옆을 지나갈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주로 가벼운 간식류나 음료, 주류를 판매하는데

삶은 달걀이나 컵라면 같은 메뉴가 없어서 아쉬웠던 것은 문화적 차이로 그냥 넘어가고...


북 잉글랜드를 지날 때에는, Durham이나 Newcastle같이 

전에 가 본 적이 없었던 고도시들의 정취에 흠뻑 빠지기도 했습니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 도시들의 느낌은 제대로 보고 지나갑니다.


 


틈틈이 기찻길 옆으로 보이는 굉장히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런던 방향 푯말은

(저는 반대방향으로 올라갔지만 말입니다)

처음 이 철도가 놓인 이후로 정말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50년 전, 100년 전 이 기찻길에 올랐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경험들을 하면서 살아갔을까요?

그리고 어떤 기대감을 갖고 런던으로 향했을까요?


기찻길 근처에 풀어놓은 소와 양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농장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 번은 돼지들이 보이고, 몇백 미터 못 가서 베이컨 공장이 있는 조금은 가혹한 풍경도 봤지요...


Newcastle 지나고, England에서 Scotland로 넘어가는 구간 정도부터는

오른쪽으로 바다가 짠 하고 펼쳐집니다. 바다가 보이는 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은,

그리고 햇빛을 받아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여행의 덤으로 얻은 행운이었습니다.


미리 예약하면 중간 열에 책상이 붙어있는 좌석을 차지할 수도 있고 (그러면 거의 이동 오피스지요!),

식당칸도 있고 간식 카트도 지나가고, 사람들도 꽤 질서 있게 (그리고 조용하게) 이용하는 만큼,

영국에서 기차여행할 만합니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으시다면 비행기보다 추천하고 싶네요.

물론 런던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외국인 (특히 동양인)은 조금 구경 대상(!) 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냥 자주 보지 못 해서 구경(!)하는 것이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같이 구경하면(!) 됩니다..


저한테는 조금 휴식도 되고, 구경도 충분히 하고, 이런저런 밀린 생각도 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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