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riam Aug 06. 2015

야행성 인간으로서 사회에 반기를 들다

'Ideal time of the day'

내지는, 반기를 들고 싶다…로 오늘의 주제를 정해봅니다.


돌 맞을 각오를 하고 드리는 고백입니다만,


저한테 제 직업이 가장 좋은 이유 중 하나를 꼽아보라면, 들쑥날쑥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윗분들(!) 의 눈은 가능한 한 피해 출근하려고는 합니다만) 때때로 10시나 11시에 어슬렁 어슬렁 연구실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저 같은 올빼미형에게는 얼마나 큰 혜택인지 모릅니다. 


동의하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리라 생각되는데, 저는 어쩜 이렇게 자려고 눕기만 하면 평소 생각도 나지 않던 연구 아이디어며 쓰고 싶은 주제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지!! 그렇지 않아도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때부터 눈이 번쩍 더 뜨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불이 꺼지는 순간, 창의력과 집중력이 최대치에 달하는 것 같으니, 이건 제 DNA 속에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습니다. 유전자공학은 제 전공이 아니니 자세한 분석은 패스하겠습니다만.


과거에는 전기가 없어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일찍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 이었다고 치고, 또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도 역시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었다고 하더라도, 침대 위 혹은 책상 앞에서 수천 시간의 수명을 가진 LED 전구를 사용해 손 하나 (손가락 하나만이라고 칩시다) 까딱하지 않고 조명의 밝기와 색상까지 조절할 수 있는 오늘 날,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좀 꼽아봐 주세요!


물론, 모든 사람이 각각의 시간에 일어나고 행동하고 일하는 패턴으로는 조직이며 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질 좋은 수면이 중요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어둠 속에서 우리 몸에서 분비되기 시작하는 melatonin이라는 호르몬이 수면 패턴과 일치하면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우리가 밤에는 쿨쿨 자고 아침에는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그렇지만, 밤에 피고, 아침에는 시들어 좀비화되는 올빼미형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아무리 쥐어짜도 커피를 털어 넣어도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강의를 하고 연구를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오전에는 그냥 폼으로 연구실에 앉아있는데. 혹  아침형 혹은 저녁형의 생활패턴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고안된 양분화 사회라든지- 가능할 수 있을까요? 나는 올빼미 입네 하고 자진신고하고 해가 뜨면 들어가 자고 어두우면 기어나와 제 할 바를 다하는 그런 사회인이 되는 선택을 할 수는 없을까요.


참고로, 관련해서 재미있는 연구결과 하나 들자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과 대학생들의 문제풀이 능력을 비교함에 있어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실험이 이루어졌는가가 매우 중요했다고 합니다. 전에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인지능력이 낮다 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 알려진 보편적 상식이었는데, 그 것은 실험이 주로 오후에 실행되었기 때문이다라는 새로운 결과가 나온 것이죠. 실제로 오전에 실험을 하니 젊은 사람들  (19-30세)과 나이가 많은 분들의 인지능력의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결국, 나이만큼이나 하루 중 본인이 가장 잘 기능할 수 있는 시간대(optimal/ideal time of the day)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제 모교이기도 한 토론토대학교의 LynnHasher교수와 그의 팀의 연구입니다). 그러니 매우 중요한 일은 가능한 한 자기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시간대에 하는 걸로.


그런데 그건 그건데, 잠이 안 옵니다. 내일 세미나, 큰 일 났습니다.



커버로도 사용한 아래 사진 (Full version)에서 전광판의 맥주를 애타게 원하는 (!) 주인공은 제 친구인 Hugh 군입니다 @도톤보리, 오사카


매거진의 이전글 (대출) 광고가 걱정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