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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월 Oct 26. 2020

연애에서 여사친/남사친 문제

여사친/남사친

연애를 시작했을 때 여사친/남사친과 만나도 되는가? 만난다면 언제 어디서 볼 수 있고 무엇까지 할 수 있나? 영화를 봐도 되나? 밥은? 카페는? 술은? 그렇다면 시간은? 카페를 가도 된다면 밤늦게 가는 것은? 단둘이는 안되고 여럿이서는 되는가? 그렇다면 내 여자 친구가 남2여1로 만난다면? 남2여2로는? 남3여1은? 남6여2는? 대체 비율이 어떻게 되어야 안심하는 것인가? 과반수 이상?


연락은 또 어떤가. 카톡해도 되는가? 전화해도 되는가? 카톡을 해도 된다면 매일매일 해도 되는가? 전화를 해도 된다면 밤늦게 해도 되는가? 새벽에 전화해도 되는가? 새벽에는 안 되고 낮에는 된다면, 낮에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가?


연애에는 수많은 기준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이 이성애자 연애관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양성애자라면 나는 여성/남성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연애하는 순간부터 모든 친구를 잃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양성애자끼리 만나면 세상에는 둘만 있고 나머지 관계는 모두 정리해야 되기에 너무 잔인한 규칙이 된다.



나의 여사친

십 년 넘게 친한 여사친이 있다. 여사친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냥 친구 아닌가? 남자인 친구는 남사친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여성은 나에게 '이성'이기에 꼭 여사친으로 부르게 된다. 그런데 이걸 적용할 때는 언제나 연애할 때다. 평소에는 그냥 내 친구라고 말하는데 연애할 사람이 물어보거나 질투할 때는 그 친구는 여사친이 된다. 또는 내가 그 친구의 남사친이 되거나.


잠재적 불륜 상대?

연애하지 않을 때도 그 친구랑 아무런 성적 긴장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서로 친구인 걸 알고 있고 그런 게 없다는 것도 동의하는데 연인은 그냥 "불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친구와의 만남을 저지한다. 또한 밤에만 못 만나게 하는 연인들도 있다. 그런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라면 낮밤 안 가리지 않을까? 밤에 우발적으로 바람을 피운다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 아닐까? 물건을 잘 간수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도둑질할 거 같은 사람은 도둑과 다를 바 없다. 그냥 도둑질 안 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 마찬가지로 여사친/남사친을 아무리 만나게 해도 별 문제없는 사람이 있고 죽어도 못 만나게 해도 뒤로 바람피우는 사람이 있다.


연인 vs 친구

흥미로운 건 "오늘부터 1일"이라고 선언한 순간 10년 된 여사친/남사친보다 연인이 중요해진다. 반대로 "헤어지자" 하면서 이별하게 되면 연인과는 남남이 된다. 결혼이라도 한다면? 유부남/유부녀 친구를 단둘이서 만나는 건 이제 끝인 건가. 동창회가 불륜의 상징이듯이, 결국 여사친/남사친은 불가능한 관계인가?




잠시 내 얘기를 하자면 나는 모든 상황을 오케이 한다.


둘이 만나서 저녁을 먹든 술을 마시든 영화를 보든 뮤지컬을 보든 심지어 여행을 가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여행은 너무 이상한가. 그러나 단둘이 간다고 하면 이미 많이 친한 친구이거나 어떤 사정이나 맥락이 있을 것이다. 만약 바람피우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이라면 이미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 것이니 이별하면 된다. 족쇄를 채워야만 바람피우지 않는 연인이라면 너무나 믿지 못할 사람 아닌가. 수많은 족쇄를 걸어 잠가야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인지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을 구속하고 제약하는 게 너무나 미성숙하지 않은가. 부모가 통금을 만들고 옷차림을 지적하고 본인의 진로를 결정해주는 것만큼 자식에게 문제적인 교육은 없다. 마찬가지로 그 누가 되었든 간에 상대방을 구속하고 제약할 권리는 없다.


그런데 연애에서의 구속은 바람직한 권리로 적용된다. 구속하지 않으면 나에 대해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도 한다. 구속이야말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폭력적인 행동이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연인이라는 역할에 빠져 제약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연인의 권리는 사랑하는 것이지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제약은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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