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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월 Nov 03. 2020

매일 연인과 연락해야 되나요?

K-연애의 '연락' 문제

K-연애에서 "오늘부터 1일이야!" 선언을 하고 나면 그날부터 연인과 주기적인 연락을 해야 한다.
K-연애에서 연락이란 무엇인가?



카톡


일단 일어나자마자 카톡을 해야 한다. "나 일어났어!" 그리고 출근을 하면 대중교통에서 "출근했어!"라고 말하고 점심을 먹을 때는 "나 뭐 먹어!"라고 알린 후 일이 끝나면 "이제 끝났어!"라고 보낸다. 퇴근한 후 저녁 약속이 있다면 "누구랑 어디서 만나!"라고 말하고 자리를 옮길 때는 "2차로 어디 갔어!"라고 보고한 후 약속이 끝나면 "이제 집에 가!"라고 한다. 집에 가서 자기 전에는 "이제 자려고 누웠어!"라고 보낸 후 그날 연인과의 카톡이 마무리된다.



동의를 하는지?


물론 중간중간에 여유가 있다면 다른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사진도 보내고 달달한 카톡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K-연애에서 이런 방식이 고착화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서로 어떤 연애 방식을 갖고 있는지 굳이 대화를 할 필요도 없이 이미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연락 패턴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 정확하진 않겠지만, 주로 한국에서 연애하는 이들에게 큰틀에서는 적용되는 연애 규칙일 것이다.



만약 연애를 시작했는데 상대방이 K-연애 연락 법칙을 따르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연락 좀 자주 해줘." 그래도 잘 따르지 않는다면? "나 좋아하긴 해?"라는 대답이 바로 뒤따라올 것이다.


물론 좋아함에 비례해서 연락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갑자기 연애를 선언한 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가 연락을 저렇게 해야 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연애가 지속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화장실 갈 시간은 있는데 그거 카톡 하나 보내는 게 힘들어?라고 말하지만 정말로 일이 바쁘면 카톡 할 틈이 없다. 시간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이다. 또한 정말로 카톡이나 메시지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전화를 더 선호하던가 아니면 만남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부모님과 카톡을 하지 않는다고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너무 바빠서 베프에게 카톡을 하지 않았다고 그 친구를 덜 사랑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잠시 바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언제나 연인과 연락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연애에서는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 시간조차 자신이 소유하고 싶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강요이다.


그러니 연락을 조금 덜 한다고 바로 덜 사랑한다고 지레짐작하지 말자.



일본의 사례


일본의 연애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일본에서 연애를 했을 경우 많은 연인들이 이틀 동안 연락이 없거나 일주일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 일본 사람들은 옛날부터 사랑이 부족한 시민성을 갖고 있을까. 아니다. 단지 한국과는 다른 연애 패턴에 익숙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도 연락을 많이 하는 사람은 하겠지만, 굳이 연락을 자주 해야 된다는 의무가 없으니 구애받지 않고 연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연인이 된 사람들은 전날보다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진다. 사실 달라진 건 별로 없지만 그날부터 구속된 규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참 이 규칙을 별다른 반항없이 따른다.





연락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연락이 늦게 올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연락을 굳이 안 보내고 싶을 때도 있다. 저녁에 잠들기 전에 카톡 하지 않고 전화하지 않고 그냥 자고 싶을 때도 있다. 이것이 모두 의무가 되고 규정이 되는 순간 내가 정말로 이 사람을 사랑해서 연락을 하는 것인지, 규칙이기 때문에 연락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모두 연애 각본에서 벗어나 진정하고 싶은 만큼 연락하자. 연락이 뜸하다고 곧바로 사랑이 식었나 의문을 갖지 말자. 때로 사랑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언제나 사랑에 매달려서 규정을 강하게 요구하지 말자. 사랑보다 규정이 더 선행될 때,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랑이 부재한 연애를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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