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기>제1대 진무(神武;신무) 천황 이야기
<일본서기>에 전하는 제1대 천황은 진무(神武)이다. 기원전 711년 탄생하여 기원전 585년에 127세로 사망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이 인물에 관련되어 <고사기(古事記)>(712년 성립) 신대(神代) 신화 후반, 휴가(日向;미야자키현) 신화, 우미사치 히코(海幸彦)・야마사치 히코(山幸彦) 신화의 속 내용을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야마사치 히코는 형 우미사치 히코로부터 빌렸다가 잃어버린 작살 바늘을 찾아 해신(海神)의 궁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해신의 딸 도요타마 비메(トヨタマビメ)와 맺어진다.
임신한 도요타마 비메는 출산하는 모습을 보지 말라고 하였으나, 야마사치 히코가 금기를 깨고 몰래 훔쳐보니, 야히로(八尋)의 길이나 되는 와니(鰐;악어)였다.
들킨 것을 부끄럽게 여긴 도요타마 비메는 다시 해국(海国)으로 돌아가는데, 태어난 아들 우가야후키아에즈노 미코토(ウガヤフキアエズノミコト)의 유모로 여동생 다마요리 비메(タマヨリビメ)를 대신 보낸다.
그 뒤 두 사람은 맺어지게 되고, 태어난 것이 진무(神武) 천황이었다.
즉 진무(神武) 천황의 모친과 조모(祖母)는 와니(악어)였다는 것이다. 악어에서 태어난 진무.
진무의 조모 ‘야히로(8尋; 히로(尋)는 양팔을 벌렸을 때 한쪽 손가락 끝에서 반대편 손가락 끝까지의 넓이)의 와니(鰐;악어)’ 전승을 증명하듯, 1964년 오사카 대학 구내에서 전장 8미터의 악어 화석이 발견되었다.
악어는 주로 열대 환경에서 서식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악어에 관한 신화가 전하는 것은, 그들 열도인들이 살았던 태초의 자연환경과 관계있다.
현재의 일본 근해에는 난류가 흐르며 해양성 기후를 나타낸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1500만 년 전(신생대 제3기 중신세 중기 초두경), 일본 열도는 일 년 중이 열대였다.
마치 다도해와 같은 상태로 난류가 홋카이도 남부까지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해안에는 열대 맹그로브 수풀림이 가득했던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지금의 야마나시(山梨), 나가노(長野) 현은 후지산처럼 일본의 가장 높은 봉으로 둘러싸인 산악지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조개, 고래, 돌고래, 상어 등의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이 넓게 분포한다. 이 지역이 해저였던 것이다.
현재와 같이 육지화한 것은 200만 년 전의 선신세 말(鮮新世末)부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800만 년 전부터 200만 년 전 사이에 일본 열도의 대체의 골격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100만 년 전 이후의 빙하시대, 그 뒤 몇 번인가의 난기(暖期)와 한기(寒期)를 거쳐, 약 1만 년 전의 완신세(完新世;충적세) 때 해면의 상승하여, 오늘날의 일본 열도가 탄생하였다.
우리가 ‘전국’을 ‘방방곡곡(坊坊曲曲)’이라 부르는데 비해, 일본은 츠츠우라우라(津々浦々)라 표현한다. 바다, 섬의 나라의 유제이다.
주로 열대 환경에서 서식하는 악어이지만, 그 화석이 빙하시대(약 50-12만 년 전)의 지층으로부터도 많이 발견되고 있고, 적어도 30만-40만 년 전까지 일본 열도에 확실히 악어가 있었다고 말해진다(亀井節夫).
오사카 지역 이외로도 규슈의 시마하라(島原) 반도, 하마나 호반(浜名湖畔)의 하마기타(浜北) 등지에서도 악어 화석이 발굴되었다.
이리하여 와니(악어)는 일본 신화, 설화의 단골 중 하나이다.
와니를 속여 털이 벗겨진 우사기(토끼)가 오호나무치(오호구니누시)의 도움으로 나았다는 이야기(<고사기>이나바노 시로 우사기(稲羽素兎) 신화),
고토시로 누시가 와니로 변신하여 여성에게 다녔다는 이야기(<일본서기>8단 1서 6),
딸을 잡아먹은 와니의 이야기(가타리노 오미 이마로(語臣猪麿) 설화, <이즈모 풍토기(出雲風土記)>오우군(意宇郡)),
강의 여신을 사랑하여 거절당한 와니 이야기(고이야마(恋山)설화,<이즈모 풍토기>니타(仁多郡)),
강의 여신과 정을 통하던 와니(=해신) 이야기(<히젠국(肥前国)풍토기>사가군(佐嘉郡)),
진제이 인(鎮西人;규슈 사람)이 장사하러 배 1척을 타고 신라에 갔다가 “도라(호랑이), 와니를 보았다”는 이야기 (<곤쟈크모노가타리슈>29-31) 등.
일본 학계에서는 이들 와니가 어류인가 파충류인가 논의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나바(因幡;돗토리현 동부), 이즈모(出雲;시마네현 동부), 히젠(肥前;사가현, 나가사키현) 등의 지역에서는 사메(상어)를 와니(악어)라 부르기도 한다(大林太良 등 <日本神話事典>).
고대 정권의 중심지 기내(畿内) 지역의 씨족 중에 와니(丸邇)씨도 있었다.
우리에게 곰으로부터 태어난 단군왕검의 신화가 존재하듯,
일본인에게는 악어로부터 태어난 초대 진무 천황의 신화가 존재한다.
두 나라 사람들 사이의, 역사적 모성의 차이의 시작점이라고 해야 할까.
두 나라 사람들이 태어나 살았던 어머니의 땅, 터를 이루고 살았던 자연환경과 무연(無緣) 하지 않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