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자아 찾기 (10)
유튜브에서 『노잉』의 작가 안도 미후유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가볍게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책이 생각났고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어 읽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출간되고 일부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왠지 나는 일본의 자기 계발서들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큰 기대 없이 읽은 『노잉』은 생각보다 좋았다.
나는 책에서 각자에게 ‘인생 테마’가 존재한다고 한 것에 공감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마흔을 앞둔 지금까지 한결같이 본인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업로드하고 기회가 생기면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그런 모습을 보면 이 친구가 자신의 생에서 해야 할 일은 나와는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간절하게 가수나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운동선수의 길을 걷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모두가 자신만의 인생 테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나는 기본적으로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략) 다만, ‘기본적으로’라는 말을 덧붙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에게는 이미 정해진 '나만의 길', 다시 말해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 테마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해 공부한다거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거나, 변화를 즐기는 등 각기 다른 인생 테마에 맞춰 살아가면 모든 일이 순조롭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사람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테마에 따라 '바로 이거다!' 싶은 일을 선택하면 누군가 내 인생을 응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관련한 정보가 미래로부터 현재로 흘러들어오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인생 테마는 있지만 그걸 찾아 나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테마 안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중략) 여러 가지 길 중에서 순조롭게 잘 풀리거나 스스로 관심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면 된다.
– 『노잉』, 안도 미후유 지음
나는 나의 인생 테마에 ‘과학’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과를 선택했다. 이미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난 당연히 이과였다. 대학교 때 전공에 흥미를 잃었지만 회사를 다니다가 다시 대학원에 갔을 때 처음 하는 실험들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자신감도 생기며 역시 이게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삶에는 과학이 없다. 왜 그동안 과학을 나의 인생 테마라고 생각해 왔는지 궁금해하며, 언젠가 새로 발견될 나의 인생 테마와 과학이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점과 점을 이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하는 일이 인생의 어느 순간과 이어져 결실을 보리라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 『노잉』에서 인용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이든 술술 풀리는 일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나 또한 『밥 프록터 부의 확신』(밥 프록터 지음)을 읽고부터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열심히 하다 보면 적응하고, 더 성장한 내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퇴사하면서 버렸다.
법칙에 따라 일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적절하게 행동하면 모든 일은 아름답게 흘러간다. 정말로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면 아마도 법칙을 거역하고 있을 것이다.
– 『밥 프록터 부의 확신』, 밥 프록터 지음
퇴사를 하며 부동산 경매를 시작했다. 회사 밖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보였다. 남편과 함께 부동산 투자를 해본 경험도 있고 과거에 경매에 관심을 가졌던 적도 있어서 큰 고민 없이 시작했다. 한여름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임장하고 입찰을 하는 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고 빠르게 주택을 낙찰받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끌리거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너무나 당연하게 어떤 일을 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미래로부터의 메시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 『노잉』, 안도 미후유 지음
단기매도를 계획했지만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인테리어 공사 후 단기임대숙소로 운영하기 위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어 놓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공간대여업을 하고 있는 친구를 알게 되어 사소한 것 하나하나 큰 도움을 받고 있고, 나의 예산 내에서 책임감 있게 공사를 해주는 인테리어 업체도 소개받았다.
에너지가 적은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유일하게 에너지가 넘쳤을 때는 집을 꾸밀 때였다. 이사 후에 새로운 가구를 사거나 낡은 인테리어를 직접 손볼 때는 평소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그리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기분전환을 위해 무거운 가구를 직접 옮기며 집 안의 가구배치를 바꿨다. 그래서 집 내부를 꾸미는 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경매를 시작하며 부동산 투자가 나에게 맞는 분야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계획대로는 아니어도 상황이 막힘없이 흘러가 공간대여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는 이 흐름을 즐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 보려고 한다. 『노잉』과 같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그저 ‘셀프 가스라이팅’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중심을 잡고 살기 어려운 이 세상을 리허설도 없이 잘 살기 위해서는 ‘셀프 가스라이팅’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잉은 내 마음대로 일으킬 수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자. 그것이야말로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한 준비다. (중략)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흐름 속에 몸을 맡기면 나도 모르는 사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도착해 있을 테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노잉의 묘미가 아닐까.
– 『노잉』, 안도 미후유 지음
(* 노잉: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각지도 못했던 미래를 깨닫고, 마치 이미 정해져 있던 것처럼 일을 진행하거나 혹은 일이 진행되어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