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자아 찾기 (18)
소설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지음)는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여정의 끝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말 그대로 ‘금은보화’였다. 하지만 자아의 신화를 이룬 대가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부와 명예일 리 없으며, 그것을 얻어야만 이 모든 과정이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보물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연금술사는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다”고도 말한다. 마음은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보물을 찾으려면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마음은 이야기한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삶의 모습이 있는데, 마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결국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는 여정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 과정이다.
산티아고는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이라고 말한다. 납을 금으로 변하게 하지 않더라도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한 여정을 충실히 완수한 이는 모두 연금술사이며,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이때 ‘더 나은 삶’은 큰돈을 벌거나 남들이 인정해 주는 성공을 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삶이다. 이렇게 살면 부와 성공의 크기나 타인의 인정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연금술사는 만물의 언어를 알고, 납을 금으로 변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막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 연금술사는 자신의 학문과 기술을 그 누구에게도 과시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나는 산티아고가 ‘보물찾기’를 목표로 여행을 시작했듯이, 먼저 목표가 있어야 그걸 이루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기 때문에 여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자아의 신화를 향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나를 위해 예정된 삶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렇게 여정의 끝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보물은 ‘더 나은 삶’이다.
산티아고는 보물이 있으리라 믿었던 피라미드에 도착했지만 보물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지나가던 병사들에게 약탈을 당한다. 병사들의 우두머리는 보물 꿈을 꾸고 이곳까지 왔다는 산티아고의 말을 듣고는, 자신도 보물 꿈을 두 번이나 꾸었지만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다”며 비웃는다. 하지만 그가 꿈에서 보았다는 장소는 산티아고가 잘 아는 곳이었다. 양치기 시절 양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냈던 곳이었고, 보물에 대한 같은 꿈을 두 번째로 꾸었던 곳이었다. 산티아고는 그곳에 보물이 있음을 확신한다.
산티아고와 병사 우두머리는 둘 다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꿈을 꾸었지만, 한 명은 이를 따라 대담한 여정을 시작하고, 한 명은 이를 무시한다. 그 결과 한 명은 자아의 신화를 이루고, 다른 한 명은 (아마도) 그러지 못한다. 보물이 발밑에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용기를 내지 않으면 결코 보물을 만날 수 없다. 산티아고가 끝내 보물을 발견한 것은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용기 있게 나아갔기 때문이다.
산티아고는 병사 우두머리가 말한 장소에서 땅을 파며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당신은 모든 걸 알고 있었잖아요? (중략) 미리 알려줄 수도 있지 않았나요?”
연금술사는 답한다.
“만일 내가 미리 일러주었더라면, 그대는 정녕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으리니. 어땠나? 아름답지 않던가?”
보물은 여정이 시작된 바로 그곳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산티아고의 여정은 결코 허무하지 않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소중한 경험을 했고, 사랑을 만났으며,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과정 자체가 위대함을 알려준다.
산티아고 역시 자아의 신화를 찾아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고, 그가 꿈꾸던 모든 삶을 살았다.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산티아고는 전쟁을 피해 머물게 된 오아시스에서 파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이미 많은 경험을 했고 충분한 재물을 얻었기에, 피라미드로 향하는 여정을 멈추고 그녀의 곁에 머물고자 한다. 이때 연금술사는 산티아고가 오아시스에 남기로 했을 때 벌어질 일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며 부와 권력을 얻고, 사막의 지혜를 배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산티아고는 보물의 존재에 대해 말하는 표지들을 외면하려 애쓰게 된다. 파티마는 남편의 길을 가로막았다는 자책감에 번민하고, 산티아고는 자신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오아시스에 머물렀음을 깨닫는다. 어느덧 표지들은 보물이 영원히 땅속에 묻혔음을 알린 뒤 그를 떠나버린다. 결국 그는 부유한 상인이 되지만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음을 깨달으며 매일 밤 번민하게 된다.
자아의 신화를 끝까지 좇아야만 비로소 그 모든 여정이 의미를 갖게 된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더라도 중간에 멈춘다면 후회 속에 살게 된다.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세 가지 유형의 연금술사에 대해 말한다. 첫째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자신 또한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던 자들이다. 그들은 ‘철학자의 돌’을 발견했으며, 어떤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의 모든 것들도 함께 진화한다는 걸 알았다. 둘째는 우연히 그 돌을 발견한 자들이다. 그들은 재능이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영혼이 더 깨어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큰 의미가 없었다. 셋째는 오직 금만 찾으려 했던 자들이다. 그들은 끝내 비밀을 찾아내지 못했다. 납과 구리, 쇠에게도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물의 자아의 신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자신의 신화를 결코 찾지 못하는 법”이다.
이 세 가지 유형은 1)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이롭게 하며 성공한 사람들, 2) 우연히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들, 3) 남을 짓밟고 자신만 잘되려다 실패한 사람들을 상징한다. 결국 나 혼자만 잘되려는 마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자아 찾기’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연금술사』는 특별한 소설이었다. 나는 보물을 찾는 이 여정에서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정 그 자체가 이미 위대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소설 속에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들과 의미를 곱씹게 되는 이야기 속 이야기들이 많다. 나는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생각을 거듭해 보았지만 여전히 책장 곳곳에는 내가 그린 물음표들이 남아 있다.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지금보다 보물에 가까워져 있을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길 바란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