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자아 찾기 (19)
나는 내가 에너지가 적은 사람이라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들보다 많이 자고, 남들보다 많이 쉬는 나를 게으르다 비난하지 않고 이해해 주기로 했다. 남들은 1달 걸릴 일을 2달 걸려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도 같은 일을 1달 안에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에너지 이상을 끌어다 쓰며 건강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조급했다. 돈을 벌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빠르게 수익을 늘려가고 싶었다. 내가 회사 밖에서 얼마나 잘해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오랜 시간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나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었기에 그 습관을 버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속도를 늦췄다.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타인이 나의 기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는 적지만 욕심이 많은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선택의 순간에 좋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므로 평소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되도록 건강한 음식을 먹고 뇌건강에 특히 좋다는 러닝을 종종 한다.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핸드폰은 최소한의 알림만 켜놓고,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좋은 책을 가까이한다. 내가 잘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온전히 쏟고 싶어 주식을 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 루틴이 있어야 에너지와 의지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깨달아 기상 직후부터 루틴을 따르려 노력한다.
뭔가를 해내려고 서두르지 않는 나의 하루는 어제와 닮아 있다. 이번 주는 지난 주와 닮아 있다. ‘나는 발전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직장인이었을 때는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도 반복하다 보면 월급이 들어왔고, 커리어에 추가할 수 있는 경험과 성과가 천천히 쌓여갔다. 지금은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그대로 사라질지 아니면 무언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나를 위안해 주는 건 책이다. 나는 타락한 독재 권력을 풍자하는 다른 시대의 사람을 만났고(『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보물을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의 여정을 함께 했다(『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메신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백만장자 메신저』, 브렌든 버처드 지음), 현대인의 집중력을 빼앗는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영국인의 주장에도 흠뻑 빠져보았다(『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벤저민 프랭클린이 어떻게 글을 잘 쓰게 되었는지에도 관심을 가져 보았으며(『프랭클린 글쓰기 비법』, 송숙희 지음), 미국인 작가가 만든 세계 안에서 뉴욕의 거리를 돌아다녔다(『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집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나의 영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분주히 유영했다.
나는 나를 가장 잘 사용하는 법을 터득해서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에 지금 나는 날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