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자아 찾기 (17)
그동안 입주하기 전 자가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언제쯤 내 집을 예쁘게 꾸며놓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 집은 아니지만, 작년 11월 단기임대 숙소를 오픈하기 위해 처음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공사를 하며 스트레스받는 친구들을 보며 직접 살 집을 공사하는 건 너무 설렐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의아했는데, 막상 공사를 해보니 친구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예산은 충분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그래도 좋은 사장님을 만나 추가금이 거의 없었고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로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공사를 마치고 12월에는 숙소에 필요한 가구, 가전 및 집기를 세팅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갖추어 놓았는데도 은근히 챙길 것들이 많았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면서 동시에 예쁘게 꾸미려다 보니 구매할 물건을 고르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1월에는 숙소를 오픈하고 첫 게스트를 받았다. 계약요청이 올 때마다 급 설렜다가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망하는 일희일비 초보 운영자가 되었다. 게스트가 계약요청을 하고 호스트인 내가 계약을 승인한 후 게스트가 결제를 해야 계약이 완료된다. 계약요청이 모두 계약완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계약요청이 오면 설레는 기분을 어찌할 수가 없다. 숙소를 운영하며 동시에 두 번째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같은 사장님에게 맡겼고 첫 집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웠기에 copy/paste 하듯 공사를 했다. 처음보다 훨씬 수월했다.
2월에는 숙소의 게스트를 받으면서 두 번째 집의 세입자를 구했다. 내부만큼은 최상급이라는 자부심으로 동네 시세보다 높게 매물을 내놓았는데 부동산에서는 가격이 너무 높다며 회의적이었다. 그동안 소소한 도움을 받았던 매물 바로 앞에 위치한 부동산과의 관계 때문에 이곳저곳에 매물을 내놓기가 불편했지만, 다른 경로로도 매물이 홍보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는 그 부동산을 배려하면서 여러 시도를 했다. 반응을 보고 가격을 내리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원했던 금액에 세입자를 구했다. 도움을 받았던 부동산에서 거래가 되어 다행이었다. 다른 곳에서 거래를 했다면 마음이 불편했을 것 같다. 계약서를 쓰고 잔금까지는 이제 2달이 남았다.
3월은 간만에 큰 이슈가 없는 달이다. 숙소에는 꽤 오래 머물 예정인 게스트가 입주해 있다. 그동안 나의 본업이나 마찬가지였던 부동산 일을 조금 내려놓고 두 번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퇴사할 때 통장 잔고, 퇴직금, 주식에 있던 돈을 모두 모아 이 정도면 뭐라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계획했던 부동산 매매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이제 돈이 얼마 안 남았다. 그래도 1월부터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세입자가 입주하면 대출 이자도 많이 줄어들 거라서 안심이다.
부동산 경매를 시작할 때는 취득, 명도, 공사 후 매도하는 전형적인 사이클을 따를 생각이었는데, 현실은 그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그 흐름을 즐겼을까 생각해 보면 즐기기보단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순간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걸 배웠다. 나의 두 번째 일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이제 그 모험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영국인이 창고 안에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 경우엔 친구 하나가 날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는데, 그는 어떤 아랍인을 알고 있었고, 그는……”
(중략) 산티아고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로 그 사실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 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털 상인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