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자아 찾기 (16)
올 겨울 두 번째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특별히 잘 걸리는 체질도 아니고 두 달 전 심한 감기로 고생을 해서 이번 겨울에는 감기에 또 걸리지 않을 거라고 근거 없이 믿고 있었다. 감기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 하려던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운동도 한동안 쉬었다가 이게 겨우 컨디션을 회복한 참이었다. 아파도 안 아파도 똑같이 출근을 했던 직장인 시절과는 달리 매일 가야 하는 곳이 있지 않은 지금은 감기로 인해 흐트러진 생활 패턴을 정상화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단 빨리 낫자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잠도 많이 자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하려던 일들이 있었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긴장하고 있지 않아도 감기와 함께 시작한 두 번째 인테리어 공사는 이제 한 번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장님이 알아서 잘 해주고 계시고, 공실이었던 숙소에도 손님이 들어왔다.
나는 푹 쉬고 빨리 낫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쉬려니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잘 수도 없고, 누워서 눈을 멀뚱 거리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책을 읽자니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했지만 눈도 아프고 뇌가 쉬지 않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고 유튜브 강연을 듣자니 이것도 뇌를 각성시키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데, 최근에 지인이 언급했던 ‘러브 미’라는 드라마가 생각나서 보기 시작했다. 내용이 슬퍼서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역효과였다. 집 정리를 할까 했지만 운동량이 줄어들다 보니 집에서도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나는 결국 ‘아플 때 쉬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없이 뭐 하나도 알아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검색으로 유용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나처럼 쉴 줄 모르는 현대인이 많다는 정보 외에는.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 좀 나아진 것 같아 공부하려던 분야의 책을 읽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아 답답했다. 직장인이었을 땐 아프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도 아니었는데 강제성이 없으니 사소한 일도 하기 어려웠다. 나의 몸 상태와는 상관없이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참석해야 하는 미팅이 있고,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었을 땐 순간순간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잊고 평소처럼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픈 게 낫는 동시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의 나로 돌아갔다. 혼자 있으면서 아프면 같이 있으면서 아플 때보다 더 ‘아픈 나’를 의식하게 된다. 아프다고 할 일을 못하고 있는 나를 자책하거나 나의 의지력을 탓하진 않으려고 한다.
감기를 앓던 일주일 동안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픈 와중에 떠오른 새로운 아이디어에 고무되었다. 쉬려고 노력했지만 내 뇌는 전혀 쉬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직장인이던 시절 나의 미래는 불확실성이 너무 적었기에 할 일이 많고 바빠도 뇌는 생각보다 편안하게 쉬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만 계속 살면 내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에 뇌의 입장에서는 위기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뭔가를 계속 시도는 하지만 수입을 생각하면 백수나 다름없는 지금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느라 뇌가 한시도 쉬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뭔가 굉장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실행하려면 아주 바빠질 것 같다.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몸 관리를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