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없는 사람

마흔에 자아 찾기 (6)

by 이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은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직업이 뭐예요?’라는 질문은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이나 생활 수준, 성장 과정을 꽤 많이 알려주지만, 직업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주위의 기대 때문에 결정하고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면일 수도 있다.


취미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위험하거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취미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취미에 대해 듣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취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거나 테니스 레슨을 받기도 하고, 맛집이나 카페, 빵집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를 먹기도 했다. 국내 또는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고, 독서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푹 빠져 있는 활동은 없었다. 운동은 재미보다는 건강을 위해 습관적으로 했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하기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많이 읽지 못했다.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정도는 되어야 취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유튜브를 본다’, ‘잔다’, ‘집에 있는 거 좋아한다’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대화가 다른 주제로 넘어가길 바랐고, 취미 하나 없는 내 모습이 싫었다. 예전에 회사에 새로 들어온 인턴에게 취미가 뭔지 물었는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반짝반짝한 눈으로 이야기를 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너무 좋아 보였고 부러웠다.



6개월 전 퇴사를 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마음껏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6개월째 그렇게 살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주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려고 했다. 잘 읽히지 않는 책도 억지로 읽어내려 노력했고, 그리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다. 스스로 독서를 취미라고 말할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뭔지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독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 독서가 나의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읽은 책의 리스트보다 빠르게 불어난다.


퇴사를 하고 새롭게 글쓰기라는 취미가 생겼다. 처음엔 퇴사라는 큰 결정을 앞두고 너무 답답해서 일기를 썼고 퇴사 후에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일기를 썼는데 쓰다 보니 글쓰기 자체가 좋아졌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는 건 나에게는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취미가 없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 회사를 다니며 남이 시키는 일은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정작 내 마음이 시키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 시간의 대부분을 남을 위해 쓰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썼다. 나는 지금 내 시간의 대부분을 나를 위해 쓰고 나에게 인정받기 위해 쓴다.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신이 나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취미가 없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다. 취미를 찾으며 나 자신과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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