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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차 Sep 05. 2020

‘모든 것’을 좇으려다가는

출퇴근 단타 일기장 2

날이 좋은 오늘이다. 뒹굴거리며 침대에서 늦장을 부리던 일이 어색했던 내가, 이젠 조금씩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언제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뒤도 보지 않고 달리던 나였는데.


(항상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쉽게 변하랴. 오늘도 느적느적 일어나 수첩을 꺼내 해야 할 목록들을 적어내려 갔다.



1) 피팅 맞춘 안경 찾아오기

2) 알 리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완독

-> 내일 있을 마케팅 수업을 위해서

2) 총균쇠 1부까지 읽기

-> 다음번 모임을 위해서

3) 브런치 글 작성

4) 유튜버 ‘뭐해먹고살지?’님 영상 보기

5) 블로그 자기소개 작성


등, 등.






항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다 보니 해야 할 것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전에는 딱히 나의 루틴에 크게 문제점이 없다 생각했다. 벌려 놓고 하다 보면 알아서 되겠지 싶어서. 어쨌든 시도했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잖아? 라며.


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모든 것’을 좇으려다가는 결코 어느 ‘하나’의 대표가 될 수 없다.





완독을 마친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나온 말이다. 마케팅에 관한 책이지만 나에게 충분히 적용 가능한 얘기들이 적혀 있었다. 기업과 나는 존재의 이유라던가, 추구하는 것들이 물론 다를 터다. 그럼에도 1인 기업 or 프리랜서를 지향하는 내겐 중요한 물음표를 제공해주었다.



너는 뭘 우리(독자,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니?



라는 질문을.




어려운 문제다. 인풋은 많아도 당당히 내 분야다 싶은 게 없는 것 같아서. (쭈굴) 다재다능, 통합형 인재가 대두되는 사회임에도 왜 나는 나만의 ‘한 가지’가 없다 고민하고 있는 걸까.



내 다양한 경험들과 배움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큐레이션’이란 영역을 알게 되었다. 어떤 분야를 잘 정리해서 다른 이에게 소개하는 것. 아, 어쩌면 무언가를 찾고 습득하는 내게 맞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복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지 않으면, 내가 경험한 것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희미해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긴다면? 각자의 경험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뚜렷한 나만의 원석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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