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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차 Sep 14. 2020

독립이냐 작업실이냐

출퇴근 단타 일기장 9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마음 놓고 글 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 주로 카페에서 글을 쓰던 내게 거리 두기 2.5는 꽤나 큰 복병이었다. 코로나 19로 생긴 외출 자제도 물론이지만. 거기에 이래저래 복잡한 가정사가 껴서 지금 내 머릿속은 포화 직전이다.



만약 취업 전이었다면, 카페 영업시간이 짧아져도 상관 안 했을 텐데.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니 낮에만 글을 써도 됐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 나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해야 할 일이 생겼고 지켜야 할 규칙이 버젓이 존재한다. 가끔 업무 시간에 글을 써볼까 했지만 업무량 덕분에 엄두도 안 난다.





원래 고민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깊게 고민해도 소용없는 것이 내가 현재 필요한 게 명확하니까. 난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맘 놓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비용을 무시할 순 없어서 최대한 저렴한 곳을 알아봤다. 공유 오피스도 알아보긴 했으나 가격에 고개를 저었다. 각종 카페를 뒤적이며 찾은 한 집. 세입자가 지방에 출장을 가 단기 임대로 나온 매물이었다. 짧게 자취를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보증금도 필요 없어 마음에 들었다. 게시물 주인 분에게 연락해 만날 약속도 잡았다.





문제없이 일이 진행될 줄 알았건만, 복병이 등장한다. 바로 우리 엄마다. 잠시 집을 비운 세입자가 남자인 게 영 맘에 걸리는 듯했다. 그곳에 입주할 거라면 열쇠 바꿔 달라고 하고, 아빠가 거주하는 거라 말하라는 등. 염려 반 잔소리 반이 섞인 말들이 이어졌다. 엄마를 보던 몸을 돌렸다. 생각이 또다시 복잡해졌다. 내가 지금 너무 부풀었나. 배보다 배꼽이 더 나온 건 아닌가. 포기하는 게 나을까 싶던 찰나 뒤에서 들린 엄마의 목소리.




- 500에 25짜리 방도 있네. 풀옵션이고. 차라리 여기가 낫겠다.




?



- 인쇄를 해 둬. 나중에 알아보게.




?




엄마... 내 자취 반대하는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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