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단타 일기장 12
어젠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밤늦게 치킨을 먹고 잔 탓에 좀 소화라도 시킬 의도였다. 덕분에 회사에서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업무를 해야만 했다. 업무는 쌓이고 내 정신은 날아가고. 첩첩산중이었다.
졸릴 때 꼭 입에 먹을 걸 넣는 버릇이 있다. 잠을 깨기 위해 먹는 건데 딱히 소용이 있진 않다. 커피를 마셔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점심 먹고 난 후 쏟아지는 잠을 버티기 위해 커피를 물 마시듯 마셨다. 진짜로. 그래도 안 돼서 또 과자를 먹고...
동료분이 추천해준 마카롱도 먹고. 단 과자 파티다, 파티. 와중에 맛있어서 눈물이 났다. 당 덩어리를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이면 좀 좋아. 그게 아니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정말.
회사에 들어와서 살이 쪘다던 동료 분들의 말이 백 번 천 번 이해가 갔다. 살이 안 찌면 이상한 구조다. 아침 먹자마자 의자에 앉아 근무를 하고, 점심 먹자마자 모니터 앞에 또 앉아 있고... 늘어날 뱃살이 두려워 오늘부로 과자와의 안녕을 고했다. 사무실에 쌓아둔 과자를 다 챙겨 왔다. 눈에 안 보여야 안 먹지.
혹시 업무 중 잠을 깨는 법을 아시는 분은 꼬옥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루 종일 글만 보다 보니 정작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힘이 남아 있질 않다. 진심으로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쓰신 분들이 대단하다. 어떻게 그러셨지? 빈 사무실을 보러 가는 길. 새삼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왜 세상은 넓고 내가 부러워할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 거지. 덜 부러운 세상에서 살면 안 되나.
배고픈 배를 움켜쥐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키다리 아저씨가 어디선가 나타나면 좋겠는 퇴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