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단타 일기장 13
쏟아지는 업무. 노랗게 뜨는 네이트온 메신저. 키보드 위 휘몰아치는 손가락. 와, 오늘은 역대급이다.
직장인의 엉덩이가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구나. 업무가 쏟아지다 보니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 반복했다. 과장님께 컨펌받으면 다른 업무로 주임님께 확인을 받고, 최종 사안을 들고 디자인팀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어쩐지 오늘은 다른 날보다 잠이 덜 오더니.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손가락으로 연주만 할 뿐이랴. 두꺼운 인쇄용지를 찝기 위해 신문물 사용법을 배웠다. 이름은 모르는데, 퍽 귀엽게 생겼다. 이걸 대학교 다닐 때 알았으면 스테이플러로 고생할 일이 없었을 텐데.
전에 온라인 상에서 ‘인쇄용지 넣는 법도 모르는 막내 어떡하죠?’란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엔 웃으면서 ‘용지 넣는 게 뭐 어렵겠어?’ 했다. 프린터기에 뜬 ‘용지를 넣어주세요.’란 문구를 보며 당황한 나는 웃으면 안 됐었다. 하하. 모른다기보단 인쇄용지 잘못 넣어서 종이가 찝힐까 봐 여쭤 본 거긴 하지만...
오늘따라 인쇄용지 얘기가 많은 이유는, 내일 처음으로 미팅을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미팅을 위해 업무 보고서를 잔뜩 인쇄했다. 분명 분량대로 프린터기는 멈추지 않았다. 침착하게 인쇄 취소 버튼을 누르고 더 인쇄된 용지를 가방 안에 넣었다. 이... 이면지로 쓰면 되니까.
해서 내일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간다. 혼자가 아닌 상사 분들과 함께여서 다행이다. 내일 뭐 입지. 내일 아침 든든하게 먹고 가야겠다. 쫄... 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