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단타 일기장 14
일어나자마자 한 일: 든든히 배 채우기. 자고로 큰일을 앞두고 사람에겐 뱃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속이 든든해야 쫄지 않으니까(?). 밥을 먹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미팅이 오늘이 맞나? 9시 40분까지 장소로 가면 되나? 수많은 물음이 떠다녔지만 몸을 가만히 두면 안 됐었다. 약속 시간까지 여유롭게 가고 싶었다.
나가기 전, 들고 갈 서류와 의상을 점검했다. 기본 셔츠를 입고 슬랙스와 청바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슬랙스를 입으면 너무 신입 티가 나는 것 같아 청바지를 골랐다. 로퍼를 신을까 하다가 운동화를 택했다. 무의식 중에 신입 느낌을 내지 않고 싶었던 듯하다.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하고, 미팅 장소로 걸어가고, 회의를 잘 마무리했다. 감사 인사를 나누고 회사를 돌아오는 길. 차장님, 주임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됐다.
메뉴는 흑돼지 돈가스! 처음으로 같은 팀 분과 식사를 하는 거여서 살짝 조심스러웠다. 혹여 어색하게 얘기가 끝나면 어쩔까 싶었다. 웬걸,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장님과 주임님 모두 친절하셨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좋은 분들이란 걸 알았다.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란 것도.
나는 인복을 타고난 편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시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사회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형성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조금은 해답을 찾은 것 같다.
그냥 나 답게 하기로 했다. 인복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내 사람들에게 잘하는 게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사해 하자. 복 중에 복인 인복을 가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