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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차 Sep 21. 2022

감정 전당포(5)

열등생

토요일마다 다녔던 글쓰기 수업이 끝났다. 지난번 수업과는 달리 이번엔 녹초가 돼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도무지 행복하지 않았다. 멜로가 문제였다. 헤어지고 나서 첫사랑의 설레임과 아픔을 담은 작품을 쓰려니 몰입이 힘들었다. 처음엔 그랬다. 그러다 집중하고 쓰다보니 너무 몰입을 한 게 탈이었다. 주인공이 울 때 카페에서 글을 쓰던 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내 앞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애초에 쓸 생각도 없던 멜로를 하게 된 건, 앞서서 냈던 아이템이 다 까여서였다. '의도는 훌륭한데 아이템은 왜 이 모양인지...'라는 작가님의 말은 내 마음을 난도질하기 충분했다. 한참 전 수업에서 아이템 선정에 재능이 없다는 다른 선생님의 말을 듣고 허덕이던 나였다. 이제 벗어난 줄 알았건만. 도돌이표처럼 처음으로 돌아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작가님의 권유로 멜로 각색을 하게 되었다. 다사다난한 시간을 지나 열등생으로 수업을 졸업했다. 제대로 제출을 하지 못했으므로.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뒷풀이가 있었다. 그곳에서 작가님께 내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 듣고 싶었다. 괜찮냐 물었더니, 작가님의 답은 이러했다.



- 그게 네 문제점이야. 왜 자기 작품에 확신이 없고 내게 물어보는 거니. 



머리가 띵했다. 내가 내 작품에 확신이 없어서 물었던 건가. 아니, 그전에 매번 욕만 먹던 사람이 자기 작품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문제점인가? 외에도 회식 자리에서 몇 개의 문제점을 지적당했다. 그날 '문제점'이라며 지적을 받은 사람은 나 하나였다.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문제점이라는 답변으로 돌아오는 게 맞는 건가? 내 처세술의 문제인가?


간간히 칭찬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쳤다. '진정성이 있는 말일까.'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서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사람이 있었다. 좋은 평가를 받은 학생들과 동떨어진 자리에 앉은 이도저도 아닌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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