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는 중입니다.

by 효용


‘나는 왜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못했을까?’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목소리. 안방에 누워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 나는 여직 그때 엄마의 목소리와 표정을 잊지 못한다. 엄마와 같이 살면서 생전 처음 본 표정이었으므로. 엄마는 울지 않았다. 다만 오랫동안 자신의 신세에 대해 한탄을 했다. 자책을 했다. 나는 안방에 서서 오랜 시간 엄마의 말을 들어주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 또한 하나를 진득이 하지 못하는 부류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얘기가 끝날 무렵 입안에 말들이 맴돌았다.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엄마. 우린 잘못되지 않았어.’ 안방 문을 손가락으로 갈작대며 타이밍을 고민하다 결국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 말을 내뱉을 확신이 없었다. 나보다 수십 년을 더 살아온 엄마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이 내가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일까 싶어서. 돈을 벌기 위해선 새로운 걸 탐닉하기보단 기존의 걸 운용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걸 멈췄느냐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확신을 만들기 위해 도리어 영역을 확장했다. 경매를 배우고, 에세이를 써보고, 글 모임을 해보고, 주짓수를 배우고, 드라마를 써보고, 주식을 해보고, 승마를 배우고, 작사를 해봤다. 이것들이 하나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라면, 지금 씨앗들이 내 정원에서 조금씩 싹이 트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낙찰을 하러 가보고, 글 모임을 통해 에세이를 다 같이 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주짓수로 운동을 하며 14kg 감량을 하고, 3편 정도의 단막 글을 남기고, 파랗게 뜬 글씨를 보며 빨간색에 감사해하고, 비싼 레슨을 위해 저축을 시작하고, 실제로 곡이 탄생하고. 작사한 곡이 노래로 처음 나왔을 땐, 기쁜 마음에 하루 종일 방방 뛰어다녔던 것이 생생하다. 덕분에 내 정원엔 찬란한 꽃들이 피어날 준비 중이다. 어떤 일이든 해보고 도전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들이었다. 해보고 후회하자, 라는 신조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하나만 진득이 팠더라면 해보지 못할 것들이었음을 깨달았다. 비로소 엄마에게 ‘우린 잘못되지 않았어.’라고 말할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나’다. 내가 가꾸고 살아갈 나의 ‘인생’이다. 나를 묻어두고 살아가는 인생에서 과연 꽃 하나 피울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다. 곧 드론을 배우기로 했고, 내일은 엄마와 유튜브 콘텐츠를 구상하기로 했다. 정원에 심을 새로운 씨앗이 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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