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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차 Aug 18. 2020

박차의 인생 박치기 3

인생사 괴롭사

이번 연도 초에 '백수'를 탈출했다며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썼던 박차. 현재 백수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수락한 것까진 좋았다.


초반에는 관장님과 함께 멋진 미래를 그리기도 했다. 월 1억을 벌면 저희 뭐하죠? 유튜브 촬영도 해야겠죠?

아니면 제가 인별 계정을 만들어 관리를 할게요! 장밋빛 꿈에 부풀어 신나게 하고 싶은 걸 말했다.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상사 어찌 생각대로 흘러가리.






내가 맡은 업무는 CS. 컴플레인을 처리하고 답변을 다는 역할이 주된 업무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상이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 벨소리에 깜짝깜짝 놀래 하는 내가 있었다. 직장에 출근해 컴퓨터 전원을 켤 때면 가슴이 쿵, 쿵 뛰었다. 미답변 게시물엔 빨간 표시가 뜨는데, 그걸 보기가 두려웠다. 상품 출고가 늦어질수록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인 빨간 네모가 나를 짓눌렀다. 이 일, 내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업무적인 것 외에도 회사를 그만 둘 이유는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그 얘길 툭 터놓고 하기엔 손끝만 닿아도 아픈 곳이라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 딱쟁이가 올라올 땐 말할 수 있겠지?





결국 다시 원점이다. 짧은 회사 생활을 통해 인생사 괴롭사를 충분히 느꼈다. 문제는 나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다시 직장을 잡아야 할지, 알바를 해야 할지, 한 템포 쉬는 걸 해야 할지. 이 선택지 사이 얼마 전 막내 이모와의 통화가 떠오른다. 다른 선택지도 준비를 해야지, 라던 이모의 말. 그리고 어느 날 집 가던 길에 선배가 내게 말한 '난 이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어'.




선배, 그 말을 들었을 땐 나는 글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게 많다 생각했는데요. 저도 없더라구요. 



글 말곤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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