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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차 Feb 13. 2020

박차의 인생 박치기 2

삼월의 백수를 탈출해버렸습니다



본디 내 글의 목표 중 하나는, 취업 여정기였다. 그런데 나 취업을 해버렸다. 백수를 탈출해버렸다.




가끔 인생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느낌이 드는 적이 있다. 이때가 그랬다. 나는 당시 성수에서 홀서빙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내 특징 중 하나가 3-6-9 법칙이 아주 충실히 맞다는 거였는데, 일한 지 3개월이 되자 지금의 업무가 매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곤란한 일이었다. 아직 카드 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기엔 어린 나이였다.




일어나는 게 고역이던 나날, 유일한 버팀목은 운동이었다. 정확히는 주짓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곧장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가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적당한 거리감이 생겼다. 나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 혹은 지루함에 대한 거리가.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던 찰나 부름을 받았다. 아주 은밀하게.



- 박차야. 집으로 바로 가니?

- 아뇨. 왜요?

- 그럼 같이 나가자 ㅎㅎ



주짓수 관장님의 특징이 하나 있다. 어떤 얘기를 할 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물음표가 생기게 한다는 것. 관장님의 부름에 나는 오늘 체육관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았다. 사실 좀 쫄았다. 뭘 잘못 한 줄 알고. 그러나 관장님은 화난 얼굴이 아니었다. 고로 쪼그라든 가슴을 펴고 관장님의 뒤를 따랐다.




장소는 집이긴 한데 솥뚜껑 삼겹살집. 인원은 나와 관장님 둘. 솥뚜껑 위에 삼겹살이 자글자글 익어가고 있었다. 관장님은 손수 삼겹살을 뒤집으며 말을 꺼냈다.



- 언니가 박차 졸업하고 뭐하냐 물어보더라.

- 저요? 원래는 워홀 가려고 했는데, 떨어졌어요 ^^..ㅎㅎ

- ㅋㅋㅋㅋ그래 뭘 가~~ 나랑 일이나 하자.

- 예 ? ?



관장님은 현재 언니(여자친구분)와 함께 인터넷 옷 사업 중인데, 둘이서 하기엔 규모가 꽤 커져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낯을 가리는 언니가 나는 괜찮다더라 칭찬을 했다는 말이 이어졌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언니는 사람을 참 잘 보는 분 같다. 관장님은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할 것이고 내가 맡은 업무 등을 설명했다.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우적우적 씹던 삼겹살을 삼켰다.




- 할래요 ㅎㅎ!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는 타고난 본능이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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