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럭] 영업글
아니 이것은 [잼라이브] 로드쇼 버전 아닌가! 너무 영리한 프로그램이다. 온라인/모바일 콘텐츠가 방송으로 넘어오기 시작한지,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송이 온라인콘텐츠에 의존하기 시작한지는 제법 되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가장 분명한 신호탄이었고, 온라인 셀럽들이 이런저런 방송 프로의 게스트로 나오더니, [랜선라이프]는 방송을 오히려 메이킹영상의 위치로 전도시켜버렸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온라인콘텐츠에 적극 기생하고 있다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잼라이브]의 열풍을 이용하되 좀 더 영리한 포맷을 취한다. 방송프로그램의 고전 유형 중 하나인 퀴즈쇼를 표방하고 방송계의 원톱인 유재석을 쇼호스트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잼라이브]가 잠시 센세이셔널했지만 좀 답답한 게 있었다. 고작 백만원을 놓고 수만명이 경쟁해서 무려 열문제를 다 맞춰도 많이봤자 푼돈을 받는 거다. 그 푼돈도 일정액 이상 되지 않으면 인출도 안된다. 점심시간 짬내서 라이브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후딱 열문제 풀고 싶어만 했지, 잼아저씨의 유머를 듣고싶지 않아 ‘스잼’을 외쳐댔더랬다. 그런데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한 사람이 다섯 문제, 그마저도 최근엔 줄어 세문제, 주관식이면 딱 한 문제만 맞춰도 백만원 현금다발을 당장 쥐어준다. 문제 난이도도 아주 높지 않고 찬스도 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과정을 유느님과 면대면으로 진행한다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상금을 타면 타서 좋고 못타도 인생추억이 되니 누구도 마다할 수 없는 제안인 “유 퀴이즈~?”. (아 단칼에 “안합니다!”라고 마다한 할머니가 계셨다. 여태까지 방영분중 최고의 장면이었다.)
결국 죽어가는 레거시미디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차별점은 여전히 가장 전통적인 것이 아닐까. 제법 큰 자본을 들여서,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를 섭외하여, 시민과 대중을 다정하게 불러모으고, 청정한 가족오락물을 제공하는 것. 여튼 이 프로 정말 영리하고 유쾌하고 재미지다. 이제 수요일 밤에 [라디오스타]를 챙겨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