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의 필름클럽] 영업글
[김혜리의 필름클럽]이라는 팟캐스트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김혜리 기자를 처음 알게 된 건 물론 [씨네21]을 통해서지만(나도 그녀를 흉내내어 영화 일기를 열심히 썼었더랬다),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된 건 몇 년 전 [성시경의 음악도시]를 통해서였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너무 조그맣고 낮아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들을수록 따듯하고 다정하여 좋았다. 특히 영화의 줄거리를 들려줄 때, 더 특히 영화 속 인물을 마치 아는 사람 묘사하듯 설명해줄 때 너무 좋았다. 그렇게 [음악도시]를 챙겨듣다가 한동안 사는게 바빠 잊어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좋다. 우선 청각적으로 즐겁다. 김혜리 기자, 최다은 PD, 임수정 배우의 세 사람의 목소리가 모두 듣기에 좋다. 김혜리 기자의 목소리는 알토 리코더에서 조금 낮은 음을 불 때 나는 소리 같다. 한참 들어도 지치지 않는 안정감이 있다. 최다은 PD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하고 명쾌하다. 노래로 바꾼다면 정확한 음계를 짚어내는 것 같달까. 임수정 배우의 목소리는 김혜리 기자의 묘사마따나 동그란 파형이 그려질 것 같은 소리다. 아무 불순물이 없는 물방울이 몽글몽글 굴러가는 것 같다. 세 목소리가 번갈아 나오며 그 사이가 웃음소리로 메워지는 것을 듣는 것이 즐겁다.
또 그녀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즐겁다. 김혜리 기자가 얼마나 적확하고 사려깊으며 따스한 단어들을 사용하는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 어떤 '올바르지 못함'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골라진 단어들이다. 다른 두 사람의 말에도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공부한 흔적이 묻어있다. 서로를 불쾌하게 하지도, 듣는 이를 불쾌하게 하지도, 심지어는 영화와 영화 속 인물을 불쾌하게 하지도 않으려는 사려깊은 대화들이 오간다. '엥 뭐야' 하고 제동이 걸리는 부분이 없이 대화가 이어지니 정말 즐겁다.
한동안 운전 중에나 설거지를 할 때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생긴 것 같아 즐겁다. 게다가 이제 겨우 10화 남짓 들었으니 아직 거의 60화 분량의 즐거움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