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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환경미화원의 현장 에세이

새로 시작, 새해 첫날의 지옥, 쓰레기 산 까마귀와 소각장 속 거대 쥐

by 트렌드 서퍼

생활폐기물 수거원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았다.

출근 첫날을 앞두고 나는 깊은 두려움에 휩싸여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나의 인생 두 번째 삶을 이 고되고 단순한 일상에 내던진 것이 옳은 결정일까.

몇 날, 아니 몇 달을 반복될 이 고단함을 과연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자기 불신 때문이었다.


출근 첫날은 공교롭게도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이었다.

수거원들에게 휴일은 적용되지 않는다.

5일제 아니면 6일제.

이것이 수거원의 현실이었다.


깜깜한 새벽길을 비몽사몽 간에 걸어 출근했다.

나의 직책은 사수의 보조, 부사수.

대형 트럭 면허도 경험도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쓰레기를 수거하는 단순 노동뿐이었다.


며칠 전 전 업체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받았으나, 첫날은 모든 것이 서툴렀다.

동선은 꼬이고, 뭘 수거해야 할지, 뭘 두고 가야 할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종이 박스는 수거 대상인지, 고물상에 양보해야 하는지부터가 난감했다.

사소한 문제들이 꼬리를 물었고, 시간이 한참이나 지체되는 듯했다.


수거하려는 쓰레기를 대할 때마다 쭈뼛거림이 앞섰다.

밤새 고양이가 헤집어 놓은 종량제 봉투 속에는 비위가 상하는 온갖 오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성인 기저귀, 반려동물의 분변 봉지 등.

익숙해지기란 요원해 보였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일하는 사수 역시 나 못지않게 미숙하다는 점이었다.

그에게도 이 일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첫날은 해내야 한다는

오기 하나로 버텼다.


어찌어찌해 5톤 압축 트럭에 한 차를 가득 싣고 처리장으로 향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우리는 다른 팀에 비해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새활폐기물 처리장은 소각장과 매립장이 동시에 운영되는 곳이다.

수거된 생활폐기물은 법에 따라 반드시 지자체 운영 시설에서 처리해야 했다.

폐기물관리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난생처음 처리장이라는 곳에 들어섰을 때,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코를 찌르는 특유의 쓴 맛 같은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비위가 약한 나는 구토와 욕지기를 반복했다.

눈앞에 펼쳐진 쓰레기산은 시각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쓰레기산을 선회하는 까마귀 떼는 마치 종말을 그리는 디스토피아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소각장에서는 고양이와 거대한 쥐들이 쓰레기 집게 크레인 아래 쏟아지는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현실에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었다.


나의 사수는 놀라울 정도로 미동이 없었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손으로 코를 가리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수님은 이런 환경이 전혀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짧은 대답은 "전혀요"였다. 그 무덤덤함이 나에게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늘 처리장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것은 며칠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다음 날에도 이 삶은 계속되겠지만, 첫날의 충격은 내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처리장에 폐기물을 배출하고, 우리는 두 번째 수거 지역을 향해 떠났다.

나의 첫날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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