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나는 드라마의 한 장면 속 인간이 되어 있는 듯했다.
“얘야,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쓰레기 줍는 사람이 된다”라는 말의 주인공.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처자식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새벽녘 고된 노동을 향해 출근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밤새 뒤척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문득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이 떠올랐다. 이것이 꿈이기를, 내일 깨어나면 내가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현실로 되돌아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 꿈이었구나”로 끝맺기를 정말로 바랐다.
익숙하지 않았던 격렬한 육체노동 탓에 몸살기가 찾아왔다.
근육 이완제와 쌍화탕을 먹었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새벽은 왔고, 나는 주섬주섬 작업복을 입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제발 일이 제대로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차고지에 도착해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전 회사에서 퇴직한 팀장님도 나와 계셨다.
정년으로 퇴직하신 70세의 팀장님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미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
이 분이 임시 사수 역할을 하며 동선을 다시 알려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팀은 팀장님을 옆자리에 동승시키고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역시 경험자는 달랐다.
팀장님의 정확한 지시에 따라 수거와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지난 이틀간 그토록 고전했던 작업들이 거짓말처럼 쉽게 정리되었다.
내가 이 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맡은 동선 구역의 쓰레기 수거를 마치고 차고지로 향했다.
오늘은 적어도 퇴근 때문에 다른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그럭저럭 좋아졌다.
차고지에 도착하니, 이게 웬일인가? 우리가 1등으로 복귀했다. 오히려 난감할 지경이었다.
팀장님은 퇴근하셨고, 우리는 다른 직원들이 복귀할 때까지 차고지에서 기다렸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회사는 생활폐기물 수거에 경험자가 거의 없었다.
화물차 운전, 이삿짐, 버스 기사 등 약간 연관된 일을 했던 정도였다.
나처럼 현장에서 일하지 않았던 직원들도 꽤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들도 사실은 늦었다. 지난 이틀은 그들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빨랐을 뿐이었다.
우리가 일찍 들어와 있자, 다른 팀들은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이는 듯했다. 그전 이틀 동안 직원들은 우리 때문에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후까지 기다려야 했었다.
나중에 들으니, 기다리는 동안 우리에 대한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나에 대한 뒷말이 많았다고.
나이도 많고, 똥손인 것 같고, 약해 보인다는 등.
그들의 솔직한 평가에 괴로움이 느껴졌다.
퇴근을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 팀장님께 동선 인수인계를 다시 받으면서,
이제는 퇴근 시간을 맞춰 복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고단하지만 어쩌면 희망이 엿보이는, 나의 환경미화원 서막이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열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