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걸렀던 나를 걱정한 아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상을 차려 놓았다.
쓰레기를 치우며 맡았던 역겨운 냄새와 처리장의 잔상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맴돌아, 배는 고팠지만 밥을 넘기지 못했다.
역류하는 듯한 기분에 결국 물 한 모금으로 허기를 달래고 단순한 책임감 하나로 다시 길을 나섰다.
사실 두려웠다.
대형 트럭 운전이 처음인 사수와 동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사수의 위험한 동행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사수는 에너지 음료를 건네며 "오늘도 잘 견뎌봅시다"라고 짧게 격려했다.
쉰이 넘은 사수는 독신이었다.
차고지 근처에 집을 구하지 못해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집이 서울이라 출근에만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나보다 두 배는 더 피곤할 것 같았다.
그의 무덤덤함 속에는 깊은 고단함이 배어 있는 듯했다.
어두운 새벽녘, 우리는 더듬더듬 동선을 찾아갔다.
기본 동선을 처리하고 나면 요일마다 변경되는 또 다른 동선을 찾아가야 했다.
내가 맡은 지역은 여러 구역이 결합된 곳이라 요일별로 수거 방식이 달랐다.
문제는 전 회사로부터 인수인계를 워낙 대충 받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완전히 새로운 길이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찾지 못하고 사수와 나는 헤매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장소로 갔지만 분리수거장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다른 팀들이 일 못 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험담이 들려오는 듯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이대로 흘러가면 또다시 퇴근은 오후 6시를 넘길 것이 뻔했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작업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동선은 인수인계에 없었다"며 더 이상 수거 업무를 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어쩌면 이 일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의 준비까지 했다.
다행히 작업반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듯 "어쩔 수 없다"라며 철수를 지시했다.
우리가 철수하여 차고지로 돌아가니, 다른 팀들이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좋지 않았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고 했던가.
나는 쥐구멍 대신 작업반장에게 정면으로 요청했다.
전 업체에게 다시 구체적인 동선 인수인계를 받아야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 방법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일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반장의 얼굴에는 고심이 가득했지만, 결국 전 업체에 전화를 돌렸다.
결론은 긍정적이었다.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퇴직한 전 직원을 파견해 동선을 교육해 주겠다는 것으로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쫓겨나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과 함께, 우리는 그 길로 퇴근길에 올랐다.
내일은 이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