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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잃은 생존, 현장이 요구하는 가혹한 타협

by 트렌드 서퍼

현장 적응은 여전히 가혹했다.

육체적 고단함에 감기가 찾아왔고, 감기가 물러난 뒤 찾아온 후각 상실은 역설적으로 내게 쓰레기 냄새로부터의 해방을 주었다.

늘 구토를 동반하던 역겨움이 사라지자, 나는 잠시 안도했다.

이 자가 방어 기제가, 이 지옥 같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내 몸이 치러야 할 대가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식욕 상실로 이어졌다.

음식의 맛을 알 수 없으니 식욕이 떨어졌고, 체중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대로는 체력이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염 수술 때문에 퇴사할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나를 붙잡았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 건강을 위협하는 딜레마 속에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왜 나에게만 이런 유별난 시련이 닥치는가에 대한 자기 연민이 나를 갉아먹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싫었고, 나는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성격은 점점 더 까칠해졌고, 자연스레 동료들과의 관계도 극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배고픔에 장사가 없다"는 옛말처럼, 잃었던 식욕이 본능적으로 돌아왔다.

맛은 없었지만, 나는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었다.

비록 후각을 잃었을지언정, 내 몸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위를 채워 체력을 유지하도록 허락한 듯했다.

쓰레기를 보며 습관적인 구토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감각만큼이나 동료들과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까칠해진 성격과 계속되는 미숙함은 팀워크에 균열을 냈다.

나는 혼자가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모두가 새벽어둠 속에서 고된 노동을 공유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이방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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