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봄, 한 동네의원에서 9살 남자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의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드님이 소아당뇨입니다."
당뇨라는 것 자체도 생소한데 소아당뇨라니.. 이게 뭔가 했다.
또 의사는 말한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관리해나가야 합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1999년 의원에서 엄마와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었던 장본인이다. 어느덧 현재 나이는 한국 나이로 32살이다. 나에게 저 무렵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강렬하게 남아있다. 대부분 유년시절에 남아있는 기억은 정말 좋았거나 충격적인 일이 대부분이다. 난 유년시절 하면 1999년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좋은 추억이었다면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과거에 나에게 벌어진 일을. 나는 이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991년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해라면 1999년은 내가 스스로 다시 태어나야만 했던 해라고.
나의 삶 속에서 거쳐갔던 사람들의 생각을 보면 당뇨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가진다고 느낄 때가 많다. 게을러서.. 자기 관리를 못해서.. 생기는 병이다라는 인식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소아당뇨, 1형 당뇨라고 하는 건 더 생소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한 것은 서툴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툰 상태를 벗어나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계속 생소하다. 1형 당뇨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그렇다. 익숙해질 만하면 생소하다. 그래서 평소에 다음과 같은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이다.이 문구는 심한 독감을 앓기 전에 맞는 백신처럼 내 영혼의 항체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23년 동안 큰일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 내 삶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제 그 흔적들을 그대로 남겨두기보단 곱게 빚어서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이 순간부터 매일 조금씩 이 소망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