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이라도 맘 편히 먹고 싶다 Part1

1형 당뇨인 약사 에세이 EP03

by 당당약사

인간의 3대 욕구가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한다) 현재 성인이 된 나는 욕구를 추구하는 정도가 왼쪽부터 2.5 : 3.5 : 4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직 30대 초반의 남자인지라 건강하다. 하하. 하지만 이것은 성인 기준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아이라면 당연히 성욕은 0에 수렴할 것이고 본능에 충실한 식욕과 수면욕이 왕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릴 때 나는 수면과 먹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먹는 것을 선택했던 아이였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나는 한 때 식욕과의 한판 승부로 긴장감 넘치는 나날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나는 췌장이 고장 났다는 진단을 받은 뒤 기본적으로 먹는 것부터 바꿔야 했다. 일상 속의 나는 식단관리라는 이 친구와 하루빨리 친해져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엄마는 식품별 kcal 계산법과 영양소에 대한 자료를 공부하며 밤낮으로 노력했다. 그렇게 엄마는 나만의 맞춤 영양사가 되려고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하였다. 이처럼 우리 가족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것이 걱정과 불안이 꿈틀대는 세계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세상에 녹아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세상의 단짠단짠과 매콤함에 젖어버린 사람의 혀는 최소한의 조미료로 조리된 음식에 어안이 벙벙할 수도 있다. 입원으로 인해 병원 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것은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배합되어 입보다 몸을 즐겁게 하는 음식이기에, 그것을 대하는 환자의 마음은 즐겁지만은 않다. 내 경험에 의하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끄나풀처럼 있던 식욕마저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신기한 존재였다. 우리 엄마는 이와 같은 건강한 식단을 나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었다. 다행히 식단관리 초반의 나는 편식을 하지 않았기에 불평 없이 엄마의 요리를 잘 먹었다. 그래서 착한 식단을 맛있게 먹는 착한 아이로 한 동안 잘 지냈다. 하지만 사람은 기름만 넣어주면 굴러가는 자동차가 아니기에, 나에게 또 다른 먹거리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착한 식단에 싫증을 느낄 무렵, 나는 부모님 몰래 일탈을 꿈꾸었다. 초등학생 때 주말이면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뜨거운 사막에서 목이 타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물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파티는 나에게 오아시스 그 자체였다.


나는 먹거리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파티에 종종 참석했었다. 그곳에는 나를 유혹하는 케이크, 치킨, 피자, 온갖 군것질거리가 즐비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좋아하는 음식을 마주한 나는 이들을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집에서는 못 보는 녀석들이기에 더 반가웠으며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영혼을 빼앗기지 않으려 정신줄을 꽉 붙잡아야만 했다. 이 순간 나를 도와준 것은 두려움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항상 두려움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것은 당뇨 합병증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지 않았나 보다. 나는 당뇨에 대해 알아갈 것이 많았지만 합병증의 무서움에 대해서 가장 먼저 배웠다. 당뇨 관리가 안되면 두 눈이 안보이거나 다리나 발을 잘라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TV 속에서나 접했던 이야기가 실제로 나의 현재와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공포 그 자체였다. 이 무서움이 나를 집어삼킨 적도 있었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내가 외면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내 안에서는 먹고 싶다는 욕구와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 이 두 가지가 항상 대립했기에 나의 하루는 란의 연속이었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나는 먹고 싶은 걸 먹었다는 이유로 항상 크고 작은 죄책감을 느꼈다. 그 정도는 혈당검사 결과에 달렸다. 이 수치가 그날 하루 내가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였기 때문이다. 내가 밖에서 군것질을 하고 귀가한 날에 혈당 검사를 할 때면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혈당이 높다고 해서 부모님이 나에게 크게 심적 스트레스를 주는 분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혈당이 높게 나온 날에 '아... 내가 제대로 못했구나'하면서 자책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렇게 나는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난 이런 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내 안의 식욕보다 두려움의 편에 속한 적이 많았다. 그 결과 큰 일탈은 막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