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에 깜빡이는 커서를 눈을 껌뻑껌뻑거리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내 안에 그동안 아우성쳤던 이야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조용하다.
그렇게 말 없는 키보드와 소리 없는 신경전을 펼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 생활의 반복인 거 같다.
처음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나의 책을 출판하기 위함이었다.
아직까지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투고를 하기 위해 무작정 흰 여백을 채웠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쭈욱 써 내려갔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중고등학생 때 일기 수준의 글 솜씨지만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나의 시간 속에 글쓰기가 서서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 쓰려고 노력해서였을까?
브런치라는 글쓰기 공간에서 작가라는 이름으로 세미프로의 느낌으로 글을 작성할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적고 또 적었다.
그랬더니 그 글을 보고 잡지사 두 곳에서 글을 작성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1도 없지는 않구나.
시작하길 잘했다는 걸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가 검은색 잉크로 인쇄된 잡지를 받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상태에서 써 내려간 나의 글은 날것 그대로였다.
잘 쓰려고 쓴 게 아니라 그냥 진심을 담아서 써 내려갔을 뿐이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나는 한동안 글쓰기를 잊고 지냈다.
지금은 잊고 지냈던 옛사랑을 만난 것처럼 모니터 앞에서 글을 쓴다는 거 자체가 애틋하기도 하다.
잘 쓰려고 하기보단 그냥 나의 진심을 꾸준하게 남기는 것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써 내려간다.
어느 것이든 꾸준하게 하다 보면 의식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글쓰기도 잘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나의 삶을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