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번째
돌아오는 월요일은 너의 생일이다
매년 챙겼던 네 생일
무슨무슨데이 전날이라 잊을 수도 없는
늘 생일은 가족과 보내야 한다며
당일엔 날 잠깐 보고 갔던 너
내 생일마저 타지에 가족도 없는 나를 겨우 챙겨주던 너
생각해보면
늘 나만 널 챙겼던 것 같긴 해
원체 챙기는 걸 좋아했던 나였고
내색없이 챙김 받는 걸 원했던 너였어서
나 없는 네 생일
여전히 가족과 보내려고 주말엔 본가에 올 테지
그래서 난 네게서 멀리 도망치려 제주까지 왔어
아까운 휴가까지 내고 최대한 멀리
혹시라도 내가 네게 전활 걸어
생일축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핑계대며
연락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도망쳤어
그리고 네 생일 당일 역시 난 사람들과 있을거야
내가 인간적인 핑계를 대며 널 보고 싶어하지 않게
지나고 나면
이제 더이상 네게 연락할 핑계거리도 없을테니
난 도망친 이곳에서 숨죽여 쏟아지는 눈을 맞을게
생일 축하해
그러니 이제 나 좀 놓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