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번째
하루종일 바빴다
소리질러가며 일하고 정신없이 일에 신경쓰다
점심시간이 되서야 겨우 한번 앉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난 네게 연락하고 싶었다
미치게 연락하고 싶었다
오늘 너무 바빠서 피곤했다는 말을 하며
너는 어땠는지 피곤하진 않은지 묻고
서로 고단한 하루 잘 보냈다며 토닥이고 싶다
친구가 나도 모르던 어릴 적 사진을 줬는데
공통의 지인이 엮이고 엮어 돌아온 사진이었다
참 인연이라는 게 좁고 신기하다며
네게도 말해주고 같이 신기하다 웃고 싶다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고 날 좋은 하늘을 보며
방에서 종일 뒹굴다 전화걸어 뭐하냐며 묻고 싶다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늘 내가 연애를 시작할 때면 즐거웠던 부분이었다
너와의 연애에선 사실 난 그렇게 공유하는 편은 아니었다
네가 내 말을 귀담아듣는지 몰랐던 나는 그냥 말을 아꼈다
어쩌면 이런 점들이 네겐 벽처럼 느껴졌을까
그냥 뭘 더 바라는 건 아니다
다시 만나고 싶다거나 다시 사랑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한 때 일상을 공유했던 사이이니
익숙하게 요즘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그런 마음
아
아직도 난 너와 연애중인가보다
쓸쓸하게,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