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착각이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강남역 한복판에서
버스에서 내리던 뒷모습을 보았다
큰 키에 느릿한 걸음걸이
누가봐도 너인 줄 알거라고 했었던 그 몸짓
너인 줄 알고 덜컹 심장이 먼저 놀라
눈을 피하고 발이 헤매었다
가까워져오는 거리에 나도모르게
정말 너인지 얼굴로 시선을 가져가다 너인 것 같아
다시 황급히 시선을 내리고 걸었다
그러다 돌아본 자리엔 너는 없었다
너였을까
아님 그저 닮은 사람이었을까
1년에 한번 겨우 올까 말까 한다던 그 거리에서
우연히 널 닮은 사람과 마주친 건 타격이 컸다
너이기를 바랐다가
그저 닮은 이었기를 또 바랐다가
내려진 결론은
여전히 나는 네 그림자가 지워진 채 살고 있었다는 걸 자각하게 된 사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