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月: 죽음과 삶은 하늘의 명에 달려있다.

死生有命 富貴在天(사생유명 부귀재천)《논어(論語)》「안연(顏淵)」편

by 밥상쌤의 진수성찬

독자님들은 독자님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그 소중한 사람이 지금 곁에 있나요? 저에게도 지금 현재 소중한 사람은 참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인생에서 너무 소중했던 사람은 바로 저의 할머니였습니다.

저는 어릴 때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셨던 관계로 저는 돌도 채 되지 않아 시골 할머니댁에 맡겨졌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할머니를 통해 이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랐습니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이야기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이었고, 할머니가 해주시는 보글보글 청국장이 그 어떤 식당의 음식보다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갓난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제가 어른이 되고 할머니는 그 반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 곁에 사시던 할머니를 매일같이 찾아갔습니다.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 회사 생활은 어떤지 이야기도 해드리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던 할머니를 위해 보청기도 매번 청소해서 끼워드렸습니다. 할머니와 저는 서로의 그렇게 세상이 되어갔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없는 이 세상은 더더욱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37년 인생 동안의 1월을 떠올려보았습니다. 그 1월 중에는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들어있더군요. 29살의 1월 그날은 제 인생 전체 중에서 가장 슬픈 달이자 슬픈 날이었습니다. 회사 연수를 받던 중 들려오는 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1시간 30분가량 엉엉 울면서 운전하며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께서는 마지막 한 달 가량은 중환자실에 계셨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 버리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할머니와의 영원한 이별 직후에는 그 감정 속에 너무 깊이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고 할머니 생각만 하고 지냈습니다.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주더군요. 한 해 두 해 지나가며 저에게 또 다른 소중한 사람(아내, 아들, 딸)이 생기면서 제 마음속 전부를 차지하던 할머니의 빈자리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한 번은 그 공간 속에서 할머니와의 좋았던 추억을 꺼내어 기억해보고는 합니다. 이제는 슬픔보다는 그리움, 공허함보다는 행복한 감정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그리고 깨달아갑니다. 소중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은 제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 세상 만물의 이치가 태어나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저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떠나게 되는 날이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제 옆에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바라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모든 소중한 인연들이 언제나 영원할 것처럼 대하고는 합니다. 저 또한 제 마음을 다 잡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들이 제 옆에 영원히 있을 것이라고 쉽사리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영원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을 때, 아무래도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다해, 소중하게 대해주어야 함을 독자님들에게 전해봅니다.

첫 이야기 치고 너무 무거운 주제로 잡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인간관계에 있어 꼭 겪어야 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그 장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첫 번째 주제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다른 이별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깨달음과는 별개로 너무나도 슬플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때에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초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현재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더 집중해 보자'하는 다짐을 해보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독자님들 또는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독자님들께 제 글이 자그마한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인간관계 방정식: 모든 소중한 인연은 영원하지 않다. 현재에 초점 맞추고 더 진심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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